이곳은 산크리스토발 인근의 수미데로 협곡, 엄청난 속도로 물살을 가르는 보트 위. 나는 멕시코의 북쪽 지역에서 휴가를 왔다는 아저씨와 짝지가 되었다. 사진으론 못 찍었지만, 강을 달리며 수많은 악어들을 볼 수 있었다. 아저씨와 나의 대화.
- 한국에도 악어가 있니?
- 아니요,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 하나 데려 가! (Lleva uno)
- 하하하하, 그럼 아저씨 사는 데는 악어 있어요?
- 아니
- 아저씨도 한 마리 데려가세요!
- 하하하하하하하
'수미데로' 협곡은 치아파스 주에 간다고 할 때부터 멕시코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받던 곳이었다. 보트를 타고 한가운데로 와 보니 마치 사파리 속으로 들어온 듯 웅장한 느낌이다. 특히 양 옆으로 이어지는 1000m가 넘는다는 거대한 절벽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로 홀려 온 듯했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있는 힘껏 들어 한없이 바라보는 것뿐.
중간에 가이드가 절벽 어딘가에서 Momia(해골)을 찾아보라고 하기도 하는데(▽)
딩동댕, 바로 여기. 이런 재미있는 모양이 만들어진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겠지만, 그만큼 긴 세월이 쌓였다는 증거다.
나는 '악어 한마리 데려가라'는 옆자리 아저씨의 아재 개그를 능청스럽게 받아치며, 수미데로에 사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구경했다. 처음에는 가이드가 자꾸 '꼬꼬드릴로'라고 하는 게 뭔지 몰랐는데, 두세 번 듣다 보니 급 깨달았다. '아, 크로커다일!'
Cocodrilo = 악어
같은 Chiapas 주지만 산크리스토발 쪽은 선선한 기후인데 반해, 이곳은 다른 멕시코 도시들처럼 아주 더웠다. 그 전형적인 따가운 더위와 보트의 속도가 만들어내는 바람의 시원함이, 섞이지 않고 묘하게 동시에 느껴졌다.
전동 보트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래서 바람이 정말 장난 아니었다. 모자를 날려버린 사람도 있었다. 실수로 빠지는 상상을 하니 아찔하다. 악어의 밥이 될지도...
절벽 말고도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이 폭포 앞. 마구 질주하던 보트가 이곳에서 갑자기 속도를 낮추자, 시간이 멈춘 듯 낙하 장면이 느린 모션으로 느껴졌다. 신비로운 오르골 멜로디가 공기를 떠도는 듯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폭포의 파편이 방울방울 떨어지며 다가왔다.
산크리스토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수미데로에서 보트 한 바퀴 하며 반나절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투어비용도 300페소로(약 17000원) 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