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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다

가자, 이불 밖으로.

by 세라
멕시코, 거기 위험하지 않아?


중남미 여행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위험하지 않냐', '무섭지 않냐', '정말 간도 크다'는 것이었다.


사실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건 절대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호스텔에만 있기에 밤은 길다. 돌이켜보니 나는 오히려 낮잠을 자고 난 후 어두워지면 다시 나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작정 위험하지만은 않았다.



안전을 위한 행동 지침


여행에서 안전을 위해 너무 몸을 사리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그렇다고 경계를 늦추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중남미, 적어도 멕시코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안전 가이드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다.


| 메인 거리로 다니기

-모든 도시마다 센뜨로(Centro)가 있다. 센뜨로엔 거의 광장(Plaza)이 있고, 이 주변은 안전한 편이다. 불빛도 많고, 축제도 자주 해서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사실 밤에 볼만한 곳도 다 이곳 근처다. 센뜨로 중심으로 두세 블럭은 안전하지만, 좁은 골목길은 당연히 가면 안 된다. (참고로 나는 항상 중심지에 숙소를 잡았다)


| 아는 길로 다니기

-낮에 가본 곳에 한번 더 산책 겸 야경 보러 가는 방법이 괜찮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한번 갔던 길로 가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 가능하면 동행과 함께

-나는 별로 적극적인 편이 아닌데도 활발하고 사교적인 중남미 여행자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가볍게 먼저 제안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인민박에 머물면 거의 99% 다 같이 모여서 야경 투어를 다녀오는 것 같다.)


| 카메라는 안 보이게

-의도치 않게 내가 자꾸 실수했던 부분인데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카메라는 항상 보이지 않게 들고 다녀야 한다. 어깨에 카메라를 걸치고 다니는 게 버릇이 돼서, 아는 멕시코 언니가 '제발 카메라 좀 가방에 넣어달라(Por favor..)'고 말할 정도였다. 낮에는 밝고 활기찬데다 나는 현지인과 다니고 있어서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그것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또 한 번은 밤에 길에서 만난 멕시코 사람도 '그 카메라는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갔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난 아무 일도 없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 낯선 사람 따라가지 않기

-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막상 여행을 가면 모든 것이 낯설어서 상황 판단이 안 될 때가다. 자유로운 분위기상 길에서 말 거는 사람도 많고, 정말 순수한 의도일 때도 있다. 그래도 절대 속으면 안 된다. 여행지에서 분위기에 취해 덜컥 따라갔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모두 자기 책임이다. (한번은 페루에서 한국인이냐며, 축제가 있는데 같이 놀자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따라 갔으면 큰일 날뻔 했다.) 솔직히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말을 거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그래도 밤에는 무조건 믿지 말길!



가장 두려운 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것


여행 중 만난 한국인들얘기를 나눴을 때 많이 공감한 것인데, 오기 전에 얼마나 무섭고 불안했는지를 지금 생각하면 너무 우습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출발하기 전이 가장 무서웠다는 것. 사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말해줘도, 겪어보지 않은 것은 항상 불안하고,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 가장 두렵다.



한 걸음만 나아가면, 한 단계만 극복하면, 저 문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형형색색 도시를 밝히는 밤의 마법, 빨강과 초록의 멕시코 컬러, 그리고 낭만과 사색의 시간.



그러니까, 이불속에만 있기에 밤은 길다.



숨은 보석 같은 나라, 멕시코


우리나라에서 멕시코는 위험하기로 너무나 유명하다. 나는 중남미에서 멕시코를 가장 오래 여행했는데, 어이없었던 건 남미에서 만난 브라질 여행자랑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멕시코에서 2달을 있었다고 하니까 그가 하는 말,


"헉, 멕시코에 갔다고? 거기 위험하잖아"

다른 곳도 아니고 '브라질'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는 건 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북쪽 미국과의 경계 쪽이 악명이 높은 것 같다.


이러한 이유들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남미 여행 중 멕시코를 생략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솔직히 나만 알고 있고 싶을 정도로 멕시코는 숨은 보석 같은 나라다.



또한 멕시코 내에서도 시차가 있을 정도로 넓어서, 갈 곳은 많고 두 달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도시마다 떠나기 싫어 마지막 밤마다 나가 섭섭함을 달래며 야경들을 담았다. 특히 유카탄 반도 쪽의 더운 도시들에서는 오히려 밤에 더 많이 나갔다.


이번 글에선 멕시코 여행의 시작지였던 Puebla의 사진들로 채워 보았다. 모두 혼자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다. 앞으로 밤마다 담았던 멕시코의 모습들을 하나씩 다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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