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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소리조차 허락지 않는 평화

Laguna de Aljojuca

by 세라

멕시코에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하루, 친구들과 함께 'Laguna de Aljojuca'에 다녀왔다.



Laguna de Aljojuca/Serdán, Puebla, México


멕시코에서는 주요 관광지와 아름다운 명소들을 'Pueblo mágico'로 지정하는데, '마법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곳이야말로 마법으로 만든 것 같은 신비로운 호수였다.


직접 가보면 시야가 모자랄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아래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한참을 빙빙 돌아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서 왜 '남자'만 익사하는지에 대한 전설

옛날 옛날에 Aljojuca 호수에서 먼 곳에서 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소들을 돌보면서 지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소들이 낮에는 늘 어디론가 사라지고, 밤이 되면 다리가 젖은 상태로 돌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소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기 위해 몰래 따라갔다. 그리고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Aljojuca 호수다. 그녀는 이곳에서 목욕을 하기로 하고 옷을 벗었다. 물속으로 들어간 후 어느새 눈을 떠 보니, 호수 한가운데까지 와 있었다. 그날부터 그녀는 이곳에서 살았고, 남자들이 호수에 빠져 죽는 이유는 그녀가 외로워서 그들과 함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이 아름답고 신비할수록, 사람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이곳 호수에는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전설들이 전해 내려온다. 유래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은 인간 영역 밖의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하나의 찬양인지도 모른다.


Aljojuca = en el agua azul celeste


Aljojuca(알호후까)라는 이름은 '하늘색 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스페인어에서는 우리말처럼 하늘색이란 말을 쓰지 않고, 색은 azul oscuro(진한 파랑), 하늘색은 azul claro(옅은 파랑)이라고 표현하는데, 'celeste'라는 단어를 따로 붙여 azul celeste(하늘 파랑)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만 호수는 온전히 하늘을 품고 있었다. 투명하게 비친다는 말로는 부족했는지, 그냥 하늘 자체가 되어버린 물. 결국엔 하늘의 이름마저 빌려 갔다.


이곳에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안타깝게도 풀밭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꽤 많이 있었다. 우리는 오전 내내 미화활동을 한 뒤, 풀밭에 쪼르르 모여 앉아 한참동안 말없이 호수에 비치는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들에게 퐁당, 소리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압도적인 고요.


집 대청소를 마치고 나서 반짝반짝해진 바닥에 포근히 내려앉는 오전 햇살을 바라볼 때, 그 한줄기 햇살은 얼마나 평화로웠던가. 하물며, 천지를 비추는 볕뉘 앞에서는...




봉사활동이 다 끝난 후, 주최 측 학교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소감 한 마디를 부탁했다.


Te invito a cuidar la naturaleza
(자연을 보살피러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골 마을에 머무른 덕분에 평생 다시 오지 못할 이런 멋진 곳에 올 수 있어 감사했다. 관광객은 커녕, 머무는 동안 현지인조차 아무도 볼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숨겨진 장소였다.


그들이 우유니 사막 못지않은 아름다운 Aljojuca 호수를 아끼고 잘 보살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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