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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

Los maestros de Serdán

by 세라

#01 Los maestros de Serdán


처음 멕시코에 도착했을 때 Serdán이라는 마을에 머물렀다. 이때 약 3주간 우리의 봉사활동을 이끌어 주었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Sí, güey!


이들은 말장난하는 걸 좋아하는 전형적인 멕시코 사람들이었다. 말끝마다 güey라고 하면서 우리에게도 알려줬는데, 알고 보니 멕시코에서 친구들을 부를 때 자주 쓰는 슬랭이었다.


또 자꾸 'Espudo(에스띠뿌도)'를 외쳐댔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처음엔 내가 알고 있는 단어가 틀린 줄 알았다. 'Espido(에스뚜삐도)'가 원래 단어인데 '바보 같은, 멍청한(=stupid)'라는 뜻이다. 바보같이 제대로 속았다! 이걸 깨닫고 난 뒤부터 이들 하는 말의 절반 이상이 장난이라는 것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처음 만날 때부터 누가 제일 잘 생겼냐며 골라 보라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정말 아무도 잘생기지 않았고(...) 한참을 고민한 뒤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Julio를 (△왼쪽) 지목했더니, 그가 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하지만 마지막 무렵에는 그가 제일 아저씨같이 느껴졌다(..)


아, 처음부터 이렇게 소개해서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이들은 모두 학교 선생님들이다!


우리 팀의 카리스마 리더, Jerusalén. 이 모든 장난꾸러기 선생님들을 단번에 제어하는 똑쟁이 대장이다. 축제 전날 우리들을 이끌고 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며 예쁜 옷과 장신구들을 골라준 사람도 바로 그녀다.


덕분에 멕시코 최대의 축제 중 하나인 Independencia a에 우리도 지지 않고 알록달록하게 치장하고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이런 그녀도 사실은 장난꾸러기.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훌리오사진(△오른쪽)을 멕시코 대표 미남 사진이라고 보내보라며 부추기기도 했다. 내가 포착한 이 사진을 보며 우리는 잘 생겼다(?)는 빈말을 하며 한참 낄낄거렸다.


만난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 우연히 헤루의 생일이었다. 생일날 학생들이 멕시코스러운 커다란 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면서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와서 'Feliz cumpleaños'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줬는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도, 금세 감동의 눈물을 보여준 그녀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오른쪽의 Chacon은 댄스 선생님이다. 나는 춤을 너무 못 춰서 댄스 시간마다 뒤에 숨어서 소심하게 추고 있었는데, 앞으로 불러 서 자꾸 새로운 짝지를 붙여주곤 해서 나는 그를 피해다녔(..)


멕시코 사람들은 이렇게 집에서 놀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논다. 춤추는 것이 일상이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꿍꽝꿍꽝 신나게 리듬을 즐긴다. 댄스를 빼놓고는 그들의 삶을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우리처럼 춤출 때 빼는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들다.


그리고 사실은, 차꼰이 제일 잘 생겼다! 히히.


가운데 있는 사람은 영어 선생님이다. 가끔 우리가 스페인어를 못 알아들을 때 통역을 담당해 주었다. 멕시코에서도 우리랑 똑같이 영어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나 스트레스가 비슷했다. 오히려 미국이랑 가까워서 더 필요성이 높았다.


그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언어 선생님답게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성격이었다.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학생들에게는 용기와 격려를, 우리와 함께 영어를 연습해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는 막힐 때마다 가이드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영영 모를 것이다.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들이 우리에게 책 중간중간에 모르는 부분을 물어봐서 다 대답해 줬는데, 그건 바로 우리가 그들의 숙제를 대신해 줬다는 뜻이라는 것을.


아, 그의 이름은 Agustin(아구스띤)인데 줄여서 Agui(아기)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는 빵 터져서 그건 한국말로 '아기'라는 뜻이라고 말해주었고, 그의 동료들은 bebé라며 놀리기도 했다.


아구스띤이라는 이름의 실제 어감이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귀엽기만 한 이름, 아기. 여전히 활기찬 모습으로 학생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지내고 있겠지?


¡Vámonos a trabajar!


이래 봬도 일할 때는 진지한 그들이다. 학생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면서도 존경받는 이유는 뭐냐고? 아마도 그들이 진심으로 학교 축제를 즐기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도, 사람도, 언제나 꾸밈이 없다. 스스로를 높이는 사람들은 존경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내게 멕시코스러운 유쾌함이 뭔지 제대로 보여 준 사람들. mucha sue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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