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eche#6
아름다운 해질녘, 온 세상이 노을 속으로 잠겨가고 있을 때 우리도 그 속에 함께 서 있었다. 걷고 걷고 또 걸은 하루. 짙게 스러지는 빛줄기 앞에 우리는 절로 가만히 멈추어 섰다. 뜨겁게 타오르던 해는 수평선 아래 어딘가로 녹아들고, 편안한 저녁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이날 오후, 깜페체 바닷가에서 아브라암은 나에게 예쁜 단어들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말에도 해질녘, 노을, 석양, 일몰, 땅거미, 황혼 등 다양한 표현이 있는 것처럼 스페인어도 그랬다.
La puesta del sol
이것은 유일하게 원래 알고 있던 스페인어 단어였다. 해(El sol)가 수평선(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poner)을 뜻한다. 반대로 해가 뜨는 것은 salir 동사를 쓴다. 그래서 일출은 La salida del sol이다.
El ocaso
아브라암은 ocaso라는 단어를 더 자주 말했다. 그는 나에게 ocaso는 final(마지막)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해가 질 때만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했다. 마지막 빛이라니, 조금은 아련한 느낌일까. 석양이 아스라이 바다를 뒤덮는 오후, 하루의 끝에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는 ocaso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El crepúsculo
crepúsculo라는 몰랐던 단어도 알려주었다. 이 말은 새벽과 오후 둘 다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어스름하게 빛이 밝아 오는 여명,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붉은 황혼을 둘 다 crepúsculo라고 부를 수 있다. 처음 듣는데도 단어가 지닌 결이 느껴진다.
해질녘 배운 말들. 나에게는 생소한 그 단어의 발음들이, 그저 노을의 말들 같았다. 노을 진 바닷가의 컬러들이 하나의 소리가 되어 부딪어 왔다. 말들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까.
'깜페체'라는 도시는 나에게 단어들의 첫 기억을 새겼다. 아마도 나중에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말이 가장 자기다운 순간에, 그 말을 배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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