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행을 앞두고 자취방과 자취방의 정든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로 거듭난 것만 같았다. 아직 쓸 만한 물건들을 지인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여의치 않으면 과감히 버려가며 흔히 말하는 새 출발이라는 것을 했다. 긴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살았다. 나는 여전히 고시원과 하숙방을 전전하며 이사를 다녀야 하는 신세였고, 집이든 회사든 언제나 당장이라도 있는 자리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떤 때든,
어떤 곳이든,
그러나 어느 순간ㅡ
나는 쉽게 버릴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기 시작했다. 틈날 때마다 무엇을 버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정든 물건이라도 뿌리를 근절시켜버려야 한다고, 멀쩡한 새 물건이라도 쓰임이 없는데 쌓아두면 안 된다고, 언제나 간소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것이 미니멀리즘이라고 믿으면서.
급기야 나는 일주일 전 산 옷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만원 이만원이 아까워 불필요하게 덩치를 늘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 믿었다.
나는 점차 시간들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모든 순간은 곧 떠나갈 것이었으므로. 버리고 또 버리며 맥시멀리즘보다 더 맥시멀리즘적인 삶을, 소비하고, 소모했다.
누구든 잘 믿는 동시에 아무도 믿지 않고 살았다. 한없이 마음을 열다가도 순식간에 마음을 닫을 수 있었다. 버려지는 물건들과 지나가는 순간들처럼, 모든 것들이 날카롭게 빛나다가 스르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끈만 놓으면 허공으로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는 풍선 같았다. 나는 텅 빈 풍선처럼 둥실 떠나버리곤 했다.
내 일상은 그런 신조와 잘 어울렸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마음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 않아도 괜찮았다. 정든 것이라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만 덜 상처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니까, 어차피 나와 상관없게 될 것들이니까, 어차피 난 또 여행을 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