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타지에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대로는 죽겠다 싶었다. 3일만에 힘겹게 몸을 일으킨 나는 한 음식점을 찾아갔다. 고향이 Pachuca인 친구에게 추천받은 El Serranillo라는 레스토랑이었다. 또르띠야 종류는 도저히 속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부드러운 수프 종류 중 아무거나 시켰다. 그런데...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기름이 둥둥 떠있는 새빨간 수프가 나왔다. 억지로 떠먹어보니, 육개장에 소금을 한 바가지 뿌려놓은 충격적인 맛이었다. 먹는 순간 '아, 실패다' 였다. 두어 번 더 시도했지만 도저히 들어가지 않았다. 아보카도와 누룽지 과자 같은 것만 겨우 먹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남겨야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Mole(몰레)를 빼고는 멕시코 음식이 입맛에 굉장히 잘 맞다고 생각했다. 원래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막상 아파보니 역시 외국은 외국이었다. 특히 가장 적응하지 못한 맛이 바로 이 짠맛이었다. 멕시코에 처음 왔을 때 차나 커피에 설탕을 심하게 많이 넣어 먹는 것에 경악했었는데, 이번엔 소금이었다. 생각해 보니 유럽이나 남미의 다른 나라에 갔을 때도 짠맛을 가장 이해하지 못했었다. (지인이 우리나라 음식은 반찬이 많고 반찬에 설탕, 소금 양념이 많이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우리가 나트륨을 더 많이 섭취하는 거라고 했다. 이유가 어쨌든 이렇게 짠맛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외국인들의 입맛이 신기하다.)
어딜 가나 빵은 잔뜩 갖다 준다.(먹으면 돈을 내야 함.) 멕시코에선 아플 때 차를 굉장히 많이 마신다고 하는데, 설마 거기에도 설탕이 들어갈까?
음식으로 기운을 차리려던 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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