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아프면서 지독하게 체험한 것ㅡ '혼자'라는 것. 나는 Pachuca라는 멕시코시티 북부의 작은 도시에서 약 일주일 동안 홀로 앓다가 홀로 기운을 차린 뒤 바로 그 도시를 떠났다.
그 일주일에 대한 드문드문한 기억ㅡ
온몸에 열이 오른 상태로 정신없이 걷다 터미널 근처에서 만난 커다란 시장. 당장 어딘가에 앉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던 시장 한복판. 주스로 마른 목을 적시는 순간 길 위에서 핑하고 순식간에 기운이 빠져나가던, 마치 유체이탈하는 듯한 느낌. 온 세상에 빨간색 셀로판지를 덧댄 듯한 미칠 듯한 이질감. 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가위눌린 기분. 바로 눈에 보이던 가게에 주저앉았지만 도무지 한 입도 먹을 수 없었던 따뜻한 음식들. 빙글빙글, 어지러움.
처음 이용해 본 에어비엔비. 딱 한번 봤던, 날 맞아주던 Pachuca의 부잣집 주인 할아버지. 커다란 침대. 커다란 비인ㅡ 집. 침묵, 적막, 슬리퍼와 바닥 사이의 마찰 소리, 대저택의 유령이 된 기분.
잠. 잠. 잠. 잠의 덩어리들. 자꾸만 커져가는 잠의 덩어리들. 하루. 이틀... 일주일.
2층 창가에서 보이던 아침 찻길.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던 새벽 거리 같은, 영원같이 늘어지던 하루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짧게 요약되는 날들.
수렁같이 깊고 길던 일주일은 좁고 긴 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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