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

by 세라

여행을 떠나기 전 약 2년 동안 나는 주 7일 노동자였다. 투잡, 때론 쓰리잡까지 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집시같이 살아온 나에 그 2년은 감옥 같은 시간이었다. 그중 고정적으로 했던 주말 알바는 하루 4시간이었는데, 사실 4시간이야 얼마든지 일할 수 있었지만 가장 나를 미치게 한 것은 '희망 없음'이었다. 단 하루도 쉴 수 없다는 확실하고도 분명한 '희망 없음'. 그 굉장한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으로 나는 2년 동안 한번 아프지도 않았다.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끈덕진 '노예근성'으로.


@Macromural de Pachuca, Hidalgo, México.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나 자신에게 방임을 허락했을 때, 그제야 빨갛고 노란 염증들이 터져 나왔던 걸까. 온 세상의 비비드 컬러가 빙빙 돌도록 온몸에 열이 올랐다. 멕시코 시장의 붉은 천막 아래를 걸으며 몸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러웠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지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 하필 그런 것이라니, 그것은 경고 같은 것이었을까.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대기업부터, 대부분 슬며시 업신여기는 허드렛일까지. 그러나 그 어느도 '나'라는 인간을 대변할 수는 없었다. 그저 내가 거쳐가는 크고 작은 삶의 일부였을 뿐. 사람들이 나를 프레임 속에 구겨 넣는 것이 싫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나였다. 거기서의 나도 여기서의 나도 나였다. 못난 모습도 잘난 모습도 부지런한 모습도 게으른 모습도 모두ㅡ 다ㅡ. 반항심 때문이었을까, 2년간 하루도 아프지 않았던 것이.


@Real del monte, Hidalgo, México.


Pachuca와 근방의 Real del monte라는 마을에서 열병의 정점을 찍고 천천히 회복기에 이르러 서름서름하게 이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게 됐을 때쯤, 생각했다. 오는 것만으로도 몸져 누울 만큼 먼 땅에 다다랐는데, 무엇에서 더 못 떠나겠냐고.


떠나자!


떠나자고, 근원이라 여겼던 것들로부터 떠나자고. 말과 시선, 이상과 현실 사이의 이물감,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나로부터.


@Real del monte, Hidalgo, Mé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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