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쓸 이야기는 내가 20살부터 33살까지 거쳐 온 수많은 고시원, 하숙집, 단칸방들에 대한 이야기다. 빵원으로 시작해 여전히 빵원인, 사실은 좀 고달픈 한 청년의 넋두리 모음집 쯤이라고 해 두자. 갑자기 왜 이렇게 잡스러운 것들을 기록하느냐고 묻는다면, 이제 내가 언제 어디에 살았는지 자꾸 가물가물해져서다. 경력증명서를 모으듯 이사증명서도 모을 수 있다면 나는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일 텐데! 내세울 거라곤 없는 마당에 이런 거라도 좀 모아두면 낫지 않을까? 하고. 아, 혹시 당신이 20대 사회초년생이라면 이런 한심한 30대를 멀리 해야 한다.(총총...)
그리하여 기억을 톺아 보니 14년 동안 장장 14번의 이사를 했더랬다. 그 사이에 배낭을 메고 세계를 돌아다니던 방랑 기간, 캐리어를 끌고 여기저기 신세지며 하루살이하던 유랑 기간도 상당하다. 이렇게 쉼 없이 이사를 다녔던 것에는, 물론 내가 워낙에 세상 물정 모르고 내키는 대로 살았던 탓이 가장 크지만, 경제적 기반 없이 사회에서 자립하는 게 그만큼 험난했던 것이리라고 조금은 여겨주시라. 그러면 참 고맙겠다.
별 볼 일 없이 네모난 방들은 마치 삼각김밥 틀처럼 내 외로움의 모양을 찍어냈다. 그때그때 살았던 방의 크기와 구조, 명암이 외로움이라는 짐승의 형상이었다는 걸,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눈치챘다. 나는 언제나 그 안에 들어가 문을 닫고 살았다는 것, 그 공간을 청승과 궁상으로 채웠다는 것, 마침내 내 생각 자체가 삼각김밥이 돼 버렸다는 것도.
그래도 말이다. 세상의 수많은 메뚜기들이 내 글을 읽고 얼마간 자기 이야기다 싶거나, 왠지 '씁소'가 지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