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가 없구나

퇴사 D-12

by 세라

오늘은 오늘의 해가 뜨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매일 밤 글쓰기로써 겨우 하루치 분량을 게워내는 나를 비웃듯 내일의 해는 다시금 무심하고 환하게 쏟아질 것이므로, 나는 종일 암막 커튼을 치고 땅두더지처럼 조용히 숨어 있었다. 하루쯤 해가 없기를 바랐다. 몸과 마음은 드디어 지쳐버렸다. 더 이상 이곳에 그 어떤 불순한 빛도 스며들지 않기를……. 무력하게 잠에 취해 있는 동안 낮은 흘러가 버렸고, 저녁의 초입에 실눈을 떠 보니 빛이 낮달처럼 연했다. 오늘은 해가 없구나, 다행이구나…….


D-day를 넘어가면 차라리 나을까, 싶다가도 사실은 더 많은 것들이 나에게 D-day로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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