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언니, Xochitl
Su의 집에 머무는 동안 알게 된 Su의 언니, 언니의 이름은 소치뜰(Xochitl)이다. 소치뜰와 함께 Puebla 근처에 있는 Atlixco도 가고, Cuernavaca도 놀러 갔다.
수의 집에서 묵게 된 첫날, 수의 언니 소치뜰은 대뜸 선물이라며 멕시코 스타일 옷과 스카프 등을 잔뜩 갖다 주었다. 순수한 반가움이 가득 느껴졌다.
그녀는 그동안 내가 만난 멕시코 사람들보다는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함께하는 내내 나를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어느 날 셋이 함께 마을을 둘러보고, 작은 까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장 이야기가 나왔고, 소치뜰은 Telcel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회사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Telcel만큼은 알고 있었다.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유심을 샀던 통신사였기 때문이다. "오, 지금 내 폰도 Telcel이야!"라며 반가운 척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고 했다. 언제나 긍정적인 그들이지만, 그녀의 말이 더욱 공감되었던 것은, '주 3일 출근'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와아, 이런 꿈의 직장이 있다니! '워어어어얼화아아아수우우모옥금퇼' 생활을 반복해 왔던 나로서는 한없이 부러웠다.
남은 주 4일 동안은 뭘 하며 지내냐고 물어봤다. 그녀에겐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설명에 따르면 심리치료 같은 거라고 했다. 사실 소치뜰은 영어를 전혀 못 해서 오직 스페인어로만 대화해야 했는데, 영어 찬스를 쓸 수 없으니 이해 속도가 더뎌졌다. 그녀는 어떤 개념을 설명하려고 애썼는데, 정신적인 치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대략 심리치료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마침 가방에 관련 프린트물이 있어 내게 꺼내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걸 보는 순간...
氣
'기'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 그렇게 한참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하하핫, 어쩌면 내가 더 잘 알고 있을 개념. 그녀는 계속 나에게 '기'를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 글자를 보는 순간 그녀가 설명하려고 했던 모든 것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너무 신기했다! 멕시코에 기 수련(?)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사실 한국에서도 직접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기 치료를 꽤나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기'에 '멕시코'라고 하니 김밥에 콜라 느낌이었지만, 소치뜰만 보면 묘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사려 깊은 그녀에게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공부한다는 게 꽤 잘 어울렸다.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지 않았을까?
까페에서 나온 뒤 우리는 어느 박물관에 갔는데, 그곳에 전시공간이 있어 잠시 들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가서 그런지 몰라도, 공간은 뭔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었다.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와 형형색색의 불빛들은 왠지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을 떠올리게 했다.
소치뜰은 지금 바로 이곳에서 이 느낌을 담아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장터에서 샀던 목걸이에 기도를 하며 기를 불어넣은 뒤 내게 선물해 주었다.
펜던트에 깃든 건 내가 남은 여행 동안 건강하고, 무탈하길 바란다는 그녀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느낀 신비로운 공기 한 줌. 해변의 조약돌처럼 소탈하고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이후 난 언제나 이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꽤 긴 기간 동안 사람들과 함께 하다 어느 순간 훌렁 혼자가 된 뒤에는, 괜한 허전함에 이따금씩 펜던트를 만지작거리곤 했다.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밤마다 셋이서 선곡 경쟁(?)을 벌였던 것이다. 옛날 유명한 가수부터 요즘 유행곡까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끝없이 틀었는데, 나 또한 한국 가요들을 소개해 주느라 바빴고(?) 한국에 관심이 많은 수는 양쪽 둘다를 소개해 주고 가사까지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영어와 한국어와 스페인어가 오갔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돌이켜 보니 잠들기 직전까지 밤마다 적어도 2시간씩은 이런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그녀가 알려준 라틴 가수들은 Juan gabriel, Pedro infante, Lila dawn, Pedro fernandez 등이었다. 취향을 떠나 나로서는 지구 반대편의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제나 혼자 여행을 다니는 나이기에 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들은 더 특별하다. 그녀가 내게 준 선물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 옷, 스카프, 펜던트, 음악까지. 마음의 선물에는 아낌이 없다. 좋은 느낌이 가득하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기의 마스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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