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을 밝히는 야근의 불빛을 바라보며 서늘한 가슴 훑어 내린 적, 당신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언젠가 달의 곁에서 이 도시를 비추는 작은 광원이었겠지. 어느 밤 한강에서 바라본 고층 빌딩 유리창에는 하늘이 있었다. 거기에서 사람들이 꺼지지 않는 별처럼 일하고 있었다. 내가 매일매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던 곳. 새의 높이. 허공에 존재하는 이상한 시공간. 반짝반짝반짝반짝…… 태어나서 한 번쯤은 빛나는 별이 되어야 한다고 믿은 사람들은 허공으로 올라가 도시의 기념품이 되었지. 와르르… 와르르르…… 별떼들이 환장한 듯 내게 달려들 때,
이 서울의 하늘을 거쳐간 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별이 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도시의 쥐, 도시의 바퀴벌레, 도시의 두더지. 내가 일하는 공간이 땅속이라는 것. 그게 웃긴 농담이나 착각이 아니라 진짜라는 것. 그제야 저 아름다운 별빛도 다 거짓이란 걸 알았다. 땅속에는 햇빛도 없고 바람도 없었다. 이곳은 지구의 어디쯤인가. 도시의 빌딩은 하늘을 차지하고도 부족해서 땅을 팠다. 이 어둡고 습한 땅속에서 나는 도대체 왜 사는 걸까, 하고 궁금해하는 건 오로지 나의 취미생활이었다.
서울의 땅은 무엇이 지탱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나 펑펑 뚫려 있는데.
사람들은 하늘에서 부유하거나 땅속에서 침잠하면서, 새도 두더지도 아닌 단지 인간의 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두통이 생기고 속이 쓰리고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쩌면 다 고층 빌딩 때문인지도 모른다. 읏차차차…… 우리 지구가 참 고생이 많다. 나는 상상 속에서 고층 빌딩들을 90도로 뉘어, 너른 땅에 가로로 올려둔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방향으로. 여, 우리 모두 똑같이 힘내지 맙시다.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은 한꺼번에 지상으로 쏟아져 나온다. 나는 하늘로 올라가 그 장면을 한 번만 타임 랩스로 봤으면 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확인하듯 자연스러운 욕구였다. 그 풍경을 90도 돌려 보면?…… 거기가 또 고층 빌딩이다. 아니, 이건? 진짜야? 고개를 까딱까딱 휘저어본다. 회사가 사람을 먹여 살리는 걸까, 사람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걸까.(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와 같은 문제.) 나는 동료들과 함께 재빨리 비싼 점심과 비싼 커피를 해치운다. 망상은 여기까지. 그리고 내 얼굴이 인쇄된 사원증을 찍고 다시 땅속으로 내려간다.
인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그저 인간이고저…….
층층이 빛나는 고층 빌딩이 빈 허공 같다는 생각이 든 밤에 이 글을 썼다. 지하에서 노동했던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