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약한 집이 깡통 전세라니

전세사기 2화_ 발견

by 세라

여기서 먼저 중개사 브라더 씨를 등장한다. 그는 이 사건과 관계없이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집을 찾아준 중개사로, 그와도 같이 다음 이사할 집을 둘러본 바 있다. 하지만 나는 소고기를 사준 전세사기꾼 프랭크와 계약을 하고 말았다. 브라더 씨와의 마지막 연락이 사건의 복선이었을 줄이야.



"C구요?......

아이고, 조심하세요.

그 동네는 문제 있는 집주인이 많아요."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알 리 없었다. 잘 체크하겠다고 했으나 그땐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끝낸 상황이었고, 나와 소울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는 거의 매일 통화했다. 나는 거실에 작은 서재를 꾸미자고 했고, 소울은 파우더룸을 만들자고 했다. 연습장에 많은 버전의 가구 배치도를 그렸다. 머리 안 감고 며칠 동안 뒹굴어도 나에게 실망하지 않겠느냐며 워워 깔깔거렸고, 서로 퇴근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양파를 썰고 찌개를 끓이겠다며 즐거워 했다. 씻는 시간은 안 겹치는지, 거실에 어떤 음악을 틀지, 주방 세제는 뭘로 어떻게 쓸지……. 주제는 끝도 없었다. 심지어 동네 산책은 어떤 코스로 할지, 출퇴근 루트는 어떻게 되는지, 주변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주말에 시간 내서 미리 답사를 가 보기로도 했다.


한편 나는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나야 한다는 게 못내 섭섭했다. 좋아하는 산책 코스들을 돌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 글을 보고 친한 마고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고 언니는 극한 직장에서 만나 전우애로 끈끈해진, 1살 차이의 친구 같은 언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부 연락이었다. 그러다 동네가 어딘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전세가가 얼마인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얘기하면 할수록 언니의 웃음기가 점점 사라져 갔다. 언니가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몇 가지 정황은 다음과 같다.


-평수 및 시세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높은 전세가

-깡통 전세 밀집 지역

-신축 빌라

-소유권 변경에 대한 특약


마고 언니가 예리하게 이상 징조를 읽어낸 건 언니 역시 빌라왕 전세사기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나와 달리 멀쩡히 잘 살고 있다가 우연히 알게 된 케이스다.) 친분이 있던 마고 언니의 남편분도 내 소식을 듣고 직접 등기부를 떼가며 진지하게 살펴봐주셨다. 그 역시 확실히 이상하다고 했다. 일단 전화를 끊고 언니에게서 들은 '깡통 전세'라는 단어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깡통 전세]

1. 깡통 전세란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집을 말한다. 전세사기 중 가장 흔한 유형이다.

2. 신축 빌라는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워 의도적으로 전세가를 높여 깡통 전세로 만들기 쉽다.

3. 타깃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주로 2030 청년층이다.

3. 대출 이자 지원 및 풀옵션 조건으로 현혹한다.

4. 입주 후 '바지 집주인'으로 소유권이 변경된다.

5. 이런 집에 들어가면 만기 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6,7,8,9,10……


모든 게 딱딱 들어맞았다. '집 구하기'로 검색할 때는 절대 나오지 않던 정보들이, '깡통 전세'로 검색하니 끝도 없이 나왔다. 내가 계약한 동네가 깡통 전세의 지뢰밭이라 불리는 악명 높은 동네였다는 것도, 대출 이자 지원이 사기의 한 수법이라는 것도. 심장이 떨렸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소울에게 전화했다. 의심 내용을 전달하고 전화를 끊었다. 몇십 분 뒤 다시 소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거 짜고 치는 거 맞는 거 같아."


그날 밤 우린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날이 밝자마자 급하게 휴가를 냈다. 원하는 날에 마음 편하게 휴가를 낼 수 없는 군대 같은 회사였는데, 지금 그런 걸로 욕 먹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소울도 다음날 일정을 다 취소했다. 밤새 다음날 무엇을 해야 할지 차례차례 정리했다.


깡통 전세라니, 내가 계약한 집이 깡통 전세라니. 그 집의 실제 가격이 2억이라면 나는 4억을 내고 2년간 빌리기로 서명한 셈이었다. 그것도 다 내 명의로 대출한 돈으로. 집주인은 빈털터리 서울역 노숙자로 바뀔 예정이고.


브라더의 마지막 카톡이 불길하게 기억을 스쳤다. 반문 끝에 이어지는 점들이 하나하나 불행의 메타포로 다가왔다.


"C구요?......"

"C구요?......"

"C구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짧았다.


사건 일지가 되어버린 당시 다이어리. 그날부터 하루도 쉴 수 없는 지옥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 지명, 금액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특정을 피하기 위해 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카톡 이미지 브라더 씨의 동의를 구해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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