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투 트랙으로 전략을 짰다.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받는 것을 목표로 함과 동시에, 최악의 경우 수천만 원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다른 집을 알아보는 것.
날이 밝자마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지 문의 전화를 했다. 사기꾼임이 확실한 프랭크는 무조건 된다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보고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HUG의 상담사 연결은 매우 힘들었고 답변은 매우 성의 없었다.가입이 밀려 있어서 될지 말지조차 입주 후 3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찌르고 돌아다니며 몇몇 공인중개사를 소개받아 상담받았다. 어떤 분은 계약서를 뜯어보며 이것저것 검색하더니 "얘네들 완전 꾼이네"라고 했다. 깡통 전세는 맞지만, 2년 뒤 무슨 일이 생겨도 HUG가 손해 입을 것 같다며 그냥 들어가서 이자 지원받고 살다 나오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 감정가, 국세체납, 우선변제권, 당해세, 브로커 등의 개념을 배웠다. 조회해 보니 프랭크는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이었다.
서울 외곽의 구옥을 돌며 대안 집들을 둘러봤다. 통장도 집도 허룩했다. 혼자서도 살기 싫은 집을 둘이서 살아야 한다니. 암담했다.
부동산 전문가도, 법률 전문가도, 모두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프랭크라 야심차게 내세웠던 '대출 이자 지원' 역시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에 있어서 신고하기 애매하다고 했다.
말줄임표 하나로 이 모든 사태를 예언한 중개사 브라더 씨를 다시 찾아갔다. 브라더 씨의 반응은…… "O평에 방이 O개라고요?" "이게 O억이라고요?" "부동산 대표 얼굴은 봤어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대표 얼굴은 봤지만 계약서에 적혀 있는 부동산은 프랭크의 부동산이 아니었다.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도대체 아는 게 뭔가. 허구한 날 인생인생 거리면서 살았는데 다 헛똑똑이였던 거다. '수 억'의 보증금은 먼 나라 외계어 같은 상상 밖의 개념이 아니라, 만져지고 세어지는 실제 돈이었다. 나만 모르고 다 아는 현실이었다. 나는 일차원적인 아메바였고, 세상 모르는 책상물림이었고, 우물 안 황소개구리였다. 나의 무지와 무모와 무용을 마주할 때마다 아무 쓰레기통에나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 소울은 가만히 있다가도 자꾸 자기 머리통을 때렸다.
브라더 씨는 몇 번 검색을 해보더니 내가 계약한 빌라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그런데 그가 찾아낸 페이지에는 내가 계약한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싸게 올라와 있었다.(매매가 그 자체도 거품 가득) 현란한 별, 하트, 클로버 기호와 함께 '전세 이자 지원'도 대놓고 적혀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버젓이 "나 사기꾼이요" 광고하고 있는데도 머저리 같이 납죽 당한 거다.
심기일전하고 프랭크에게 연락했다.
확인해 보니 매매가를 올려서 전세가랑 똑같이 수정해 놓았다. 진짜 호구로 아는구나. 그래, 호구가 맞긴 하지.
???????
???????
프랭크는 답이 없었다.
실랑이가 오가는 동안 프랭크는 여러 차례 '대면 만남'을 요구했다. 브라더 씨는 프랭크의 사무실에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했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부동산 하는 사람들이 싸잡아 욕먹는다고 억울해하며 '양아치 같은 놈들'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에서 양아치를 찾아봤다.
양-아치 [양아치]
1.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2.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 검색 검색! 앞으로는 검색을 잘하는 어른이가 되어야겠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 지명, 금액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특정을 피하기 위해 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카톡 이미지 또한 캡처본이 아니며, 실제로 오고 간 대화를 토대로 재구성해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