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라더 씨의 부동산을 자주 들락거렸고, 고맙게도 브라더 씨는 상황을 하나하나 피드백 해가며 함께 싸워주었다. 하루는 부동산에 여러 중개사분들이 모여 있었다. 다 같이 내 계약서를 봐주시더니구청에 신고하면 되겠다고 했다. 상세항목 요목조목 짚어가며, 사소하지만 잘못 표기하거나 빼먹은 부분이 몇 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필기했다. 현업에 계신 분들의 말로는 부동산에게 제일 무서운 곳이 구청 지적과라고 한다. 사소한 거 하나만 틀려도(ex.햇빛 방향) 영업 정지를 먹일 수 있어서, 구청 공무원이 떴다고 하면 문 닫고 쉬는 날인척 하는 부동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구청에 걸려도 최대 3개월 영업 정지일뿐, 계약금을 돌려받는 것과는 상관없었다. 구청에 가기 전에 잘 해결되길 바랐으나 사기꾼 프랭크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진전 없는 대화가 반복되었고, 프랭크는 급기야"그렇게 자신 있으면 구청 가세요"라고 당당하게 나왔다. 결국 구청에 갔다. 방문 2회, 전화 1회로 같은 내용을 호소했으나 구청의 답변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계약서에 임대인 대리인의 표기가 빠져도법적으로 문제없다. 위임 서류는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문제없다. 공동 중개가 빠져 있지만 그것도 계약서 자체로만 봤을 때는 문제없다. 해당 부동산은 이미 사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며, 그 집은 깡통 전세가 맞으니 들어가면 안 된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런 신고가 들어왔다'는 부동산에 전화 한 통이니, 경찰서에 가서 해결하시라.
전세사기는 맞지만 개인적으로 알아서 들어가지 말라니. 서류상 빠진 게 문제인 건데, 빠진 상태로 봤을 때 문제가 없다니! 깡통 전세 문제가 아닌 계약서의잘못된 부분들을 일일이 체크까지 해서 신고했는데, 구청에서는 조사를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최소한 구청은 해당 부동산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사소한 계약 하나 따위, 봐줄 틈도 없이 바쁘시겠지만.
이후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토부와 경찰청에 신고했지만 국토부에서는 답변이 없었고, 경찰청에서는 법원으로 가라고 했다. 구청에선 경찰로, 경찰에선 법원으로, 다시 또 돌고 돌았다. 그들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신문고, 다산콜센터, 직통 전화를 통해 여러 차례 다시 민원을 넣었다. 결국 구청의 소관이었다. 일곱 번 무시해도 여덟 번 신고할 생각이었다.
휴일을 다 반납하고 연차도 끌어다 썼다. 대안집을 보러 돌아다니고, 온갖 인맥을 쑤시고 다니며 자문을 받고(친구의 와이프인 변호사, 친구의 형부인 건축주, 친구의 사촌인 HUG 직원, 친구의 남자친구인 감정평가사, 친구의 직장 동료의 지인인 공인중개사, 전 직장 선배 기자들, 친구의 지인인 시민 단체장, 친구가 찾아낸 유튜버……), 여기저기 신고하고 다니느라 하루종일 뭘 먹을 틈도 없었다. 어차피 음식이 들어갈 기분도 아니었다. 더 이상 아무 데도 방문할 수도, 연락할 수도 없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기진맥진한 상태로 공원 벤치에 무너져 앉았다.
친구야,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그동안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지겹다 정말. 이럴 거면 막 살걸. 몇 푼 안 되는 돈, 뭐라고 애지중지 모았는지. 방, 부엌, 현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집, 그게 다 욕심이었어. 욕심이 인생을 다 망쳐버린 것 같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없더라. 감사? 겸손? 누가 그거 모르나?더 살아봤자 더 끔찍한 일만 생길 것 같지 않아? 왜 내 돈을 사기꾼한테 줘야 하는 걸까? 왜 우리가 이 피해를 다 감수해야 하지? 틀린 거잖아? 부당한 거잖아? 건물에 올라가서 뛰어내린다고 시위라도 할까? SNS에 생방송이라도 할까? 흉기 가져 가서 난동이라도 피울까?
……
하면 안 되는 생각들을 정말 많이 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춰지지가 않았다. 이런 정신머리로 같이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계약금을 찾든 못 찾든 찢어져서 각자 집을 구하기로 했다. 어두운 공원에 앉아 떨면서 울던 밤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낡은 운동화로 문질러댔던 벤치 아래의 모래알들까지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