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뤼팽 씨, 감 좋으시네용.

전세사기 7화_ 발뺌

by 세라

전세사기꾼 프랭크와 계약하던 날, 출장 대출상담사 뤼팽이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렇게 거품 가득한 집의 비싼 보증금을 쉽게 대출해 준다는 사람은 누굴까? 모든 시중 은행이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다고 하는 걸까? 그 은행 지점과 건축주의 이해관계는?


뤼팽 씨는 1금융권인 Q은행의 대출상담사라 하였다. 나는 실제로 Q은행의 다양한 지점에 여러 번 찾아갔으며, 대출 거절 증거도 확실하게 확보했다. 뤼팽 씨에게 연락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원하는 은행에서 대출받고 싶어서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모든 시중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됐습니다. 뤼팽 씨가 속한 Q은행도 대출 불가한 집이라고 통보했는데요. 뤼팽 씨 지점에서는 어떻게 대출이 가능한 건지 궁금합니다. 은행 주소와 명함을 보내주시면 제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주소를 주면 카메라라도 들고 찾아갈 생각이었다. 잠입 취재는 내가 또 경력직 아닌가. 촬영 편집은 나의 유일한 특기였다. 이판사판이니 뉴스 제보든 영상 소스든 이도 저도 안되면 유튜브에라도 폭로하려고 했다. 중개사, 부동산, 건축주, 분양팀, 국가행정기관 등 모든 연결 지점들을 하나하나 취재해 볼 생각이었다. 뤼팽 씨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신축 빌라는 따로 돈 들여서 감정 평가를 해야 하는데, 일반 시중 은행에서는 돈을 쓰기 싫어서 대출을 거절하는 거다." 모든 시중 은행의 대출 거절이 다 '핑계'라는 주장이었다. 그럼 세상의 모든 신축 빌라가 다 대출이 안 되야지?



감정 평가? 나 역시, 증거 확보에 도움을 주신 은행 직원 한 분과 중개사 브라더 씨, 친구의 남자친구인 감정평가사를 통해 각각 감정가를 문의했다. 모두 전세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대출상담사, 대출은행 및 감정평가사까지 한통속이라는 뜻이다. 내가 계속 말꼬리를 붙잡고 반문하자 뤼팽 씨는 급하게 대화를 끊고 잠적했다. 며칠 뒤 다시 연락했다.



뤼팽 씨는 계속 시중 은행을 탓하다가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귀엽게 발뺌하고 영원히 연락두절되었다. 뤼팽 씨, 감 좋으시네용.




[전략 칠판]

1. 가짜 중개사인 프랭크에게 '역전세' 항의 및 계약 해제 요구 → X

2. 계약서상 틀린 부분과 깡통 전세 정황으로 구청 및 다양한 국가행정기관에 신고 → X

3. 대출 거절 증거 수집 및 특약상 계약 해제 요구 → △

4. 대출상담사 및 대출은행 조사 → X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에서 제시한 대출 거절 특약을 이용하는 방법은 그럴듯해 보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프랭크 일당은 이후 나를 대출 미협조진상 고객으로 몰아갔다.


[특약사항]

임대인은 임차인이 전세대출 미발생시 계약은 해제하고 계약금은 전액 반환하기로 한다. 단, 임차인의 개인 사정, 단순변심이나 신용하락 및 대출 미협조로 인한 대출불가는 반환하지 않는다.


수 억의 대출을 진행해 줄 대출상담사가 명함 한 장 안 주고 발뺌하는데,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러나 전세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시스템이 없었고, 특약으로 소송에 가도 (한 공인중개사의 자문에 의하면) 질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했다. 깡통 전세를 초기 단계에 알게 된다고 해도 법은 사기꾼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심지어 프랭크는 나이, 가정을 들먹이면서 감정에 호소하기까지 했다.




한편,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시민 단체의 스네일 씨를 소개받았다. 스네일 씨는 우리의 사연을 꼼꼼히 들으며 함께 분석해 주었고, 수 천만 원은 절대 인생 수업 비용이 될 수 없으며 무조건 되찾겠다는 의지에 깊이 공감해 주었다. 이후 스네일 씨에게 변호사 분을 소개받아 우리는 수시로 다같이 모여 해결 과정에 대해 회의했다. 스네일 씨는 건축주의 깡통 빌라 매도 전력, 집 구하기 어플 및 부동산 뒷조사, 싸움 현장 대응 등에서 큰 도움을 주셨다. 나는 모든 싸움을 중개사 브라더 씨와 시민 단체의 스네일 씨,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분들의 자문을 거쳐 대응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 지명, 금액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특정을 피하기 위해 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카톡 이미지 또한 캡처본이 아니며, 실제로 오고 간 대화를 토대로 재구성해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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