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건축주의 차례였다. 그동안 부동산, 컨설팅, 대출상담사, 국가행정기관 등 가능한 모두와 실랑이를 벌였고 시중 은행 및 감정평가기관, 기타 도움을 통해 사기 정황에 대한 다양한 증거를 수집했다. 건축주는 한참 뒤에야 연락이 닿았고, 연락이 닿은 뒤에도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대답했다.
계약서상 계약은 분명히 건축주와 체결했으며 계약금도 건축주의 통장으로 들어갔기에 자신의 책임이 맞는데도, 자신은 컨설팅 업체의 허락이 있어야만 모든 걸 할 수 있는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랭크는 그동안 자신은 임차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줄곧 건축주 핑계를 대 왔다. 조직화된 사기꾼들이, 불리한 것을 서로서로 떠넘기고 있었다.
스네일 씨가 소개해 준 변호사님은 감사하게도 소송으로 간다면 무료로 수임해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소송 단계 전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했다. '내용 증명'은 내가 상대방에게 나의 이러이러한 의사를 전달했음을 우체국이 공증해 주는 제도다. 나는 그동안의 정황과 대출 거절 증거, 계약금 반환 요청, 불이행 시의 법적 조치 예고 등 정확한 의사를 담아 문서를 작성했다. 모든 연루된 브로커들에게 내용 증명을 준비해 뒀으나 우선 가장 먼저 건축주에게 발송했다.
건축주의 내용 증명 수신 이후 가장 황당했던 점은 중간에 낀 모든 브로커들의 발작적인 반응이었다. 브로커들은 매우 불쾌해하며 "감히 건축주 사장님에게 직접 연락을 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전세 사기의 세계에서 건축주란 하늘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하긴 계약 한 건에 일반 직장인들의 연봉을 받는데...) 프랭크는 한 번에 10개 이상씩 미친 듯이 카톡을 보내왔다.
한편 시민 단체 스네일 씨는 건축주에 대한 뒷조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건축주는 신축 빌라의 깡통 매도 전력은 (당연히)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다수의 신축 빌라를 바지 사장에게 떠넘기고 도망가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해치워왔으며, 5명 이상이 함께 작당하고 기획적인 사기를 지속해 온 정황을 확인했다. 그 모든 건물의 근저당권을 대출해 준 특정 은행 지점도 매우 수상했다. 프랭크를 처음 만난 집 구하기 어플 또한 과거 사채업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리뷰'와 '추천' 부분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편집(html 단계에서 텍스트로 입력)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 지명, 금액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특정을 피하기 위해 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카톡 이미지 또한 캡처본이 아니며, 실제로 오고 간 대화를 토대로 요약하고 재구성해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