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맘대로 여행 스페인어

왕초보들과 공유하고 싶은 표현들

by 세라

출국 하루 전날, 노트를 사려고 북스리브로에 들렸는데 우연히 둘러본 여행 코너에 언어별 포켓북들이 너무 잘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원래는 별로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깔끔한 디자인과 초미니 사이즈의 포켓북은 출국을 하루 앞둔 여행자의 불안한 심리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왠지 이런 상황도 생길 것 같고, 대비할 수 있다면 가지고라도 있는 게 나을 것 같고…… 책값으로 보험을 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포켓북은커녕, 가이드북도 별로 들춰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여행 중반쯤 만난 한국인에게 그 포켓북을 그냥 드렸다. 그분은 미국에서 어학연수 중 멕시코에 놀러 온 거라 자기에게 유용할 거라며 '새 책을 그냥 받아도 되겠냐'며 거듭 고맙다고 했다.


책에 나와 있는 Full 문장들은 사실 거의 쓸 일이 없었다. 실제 상황에 맞닥뜨리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한두 단어도 겨우 더듬더듬, 말문이 막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디 랭귀지만 해도 거의 통한다. 배가 아프면 배를 가리키며 아픈 척하면 되고, 그냥 도시 이름만 툭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체크인'도 '체크아웃'도 다 통한다. 어차피 여행 스페인어를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나오니까, 여기에는 '내 맘대로 초간단하게' 썼던, 현지에서 '통했던' 자주 쓰고, 유용했던 표현들만 추려 보았다. (때로는 문법을 파괴합니다.. ㅎㅎ)




1. 어느 방향으로 가야 돼요?

¿Por dónde voy a..?/¿En qué direción..?

멕시코 땅에 내리는 순간부터 당장 필요했던 말. 바로 버스를 타야 해서, 버스표를 보여주며 버스 타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뿐만 아니라 여행 내내 '방향'을 물어봐야 할 경우가 많았는데, 지도를 가지고 있을 때 그걸 보여주면서 손짓 발짓해가며 물어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Por dónde voy a(=hacia) la salida 2? / "¿En qué dirección llego a la salida 2?" = 2번 출구/탑승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돼요?


*그 외

-¿Dónde podría abordar(=tomar) el autobús? (어디서 버스를 탈 수 있나요?)

-¿Cuántas cuadras debo caminar para llegar ahí? (거기 가려면 몇 골목 더 걸어야 하나요?)


2. ~로 가는 표 부탁해요.

Para Guanajato / A Guanajuato

버스표 끊을 때 항상 해야 하는 말. 뒤에 Por favor를 붙이면 그나마 정식 문장과 함께 포기한 예의(?)를 차리는데 도움이 된다. 어차피 표를 끊을 때 줄이 길면 직원도 빨리빨리 일처리를 하므로, 간단하게 말하는 게 서로 편했다. Guanajuato 대신 원하는 도시 이름을 넣어서 활용해 보자.


3. 얼마나 걸려요?

¿Cuánto tiempo..?

뒤에 se hace/se tarda가 따라와야 하지만 다 생략하고 이렇게만 말해도 충분히 통한다. 정확하게는 ¿Cuánto tiempo se tarda en llegar a Cancún?(칸쿤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려요?)


*그 외

-¿Está cerca / lejos?(가까운 가요 / 먼 가요?)

-¿Podría ver el horario para OOO?(OOO로 가는 시간표를 볼 수 있을까요?)


4. 여기가 어디예요?

¿Dónde estamos?

길을 잃었거나 확신할 수 없을 때, 또는 버스를 탔을 때 종종 이 질문이 필요했다. Guanajuato에서 Zacatecas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얼마나 걸리는지 사전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꾸 중간중간에 이름 모를 도시의 터미널에 정차를 해서 불안해졌다. 주변 사람에게 용기 내어 "우리 지금 어디에 있어요?" 한번 물어보고 나니 도착할 때까지 신경 써서 도와주셨다.


5. 몇 번 출구예요?

¿Cuál es la salida?/ ¿En qué salida?

버스표를 끊고 난 뒤 탑승구 방향을 물어볼 때 가끔 사용.


6. 휴지 좀 주세요.

Una servilleta, por favor.

원래 문장은 "Déme una servilleta" 또는 "¿Podría darme una servilleta..?"등이다. 사실 어느 상황에서든 단어와 "Por favor"만 붙이면 거의 해결된다.ㅎㅎ 이 표현은 레스토랑에서 테이블에 휴지가 없어서 직원에게 부탁할 때 필요했다. 처음에 휴지가 Pañuelo인 줄 알았는데(이건 무릎에 올려두는 천이었다), 직원이 Pañuelo de servilleta라고 정정해 주었다. 평소 사람들이 그냥 'Papel'(종이)라고도 했던 것 같다.


*¿Puede darme un vaso de agua, por favor?(물 한잔만 주실 수 있나?)


7. 계산서 주세요.

La cuenta, por favor.

여행 내내 거의 매일 썼던 표현. 멕시코 및 중남미는 우리나라와 달리 항상 종이계산서를 따로 받아서 계산서 안이나 밑에 돈(+팁)을 두고 나가는 식이다. 팁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계산대에서 훅훅 계산하고 나가는데, 멕시코에서는 항상 작은 식당에서도 항상 "라 꾸엔따, 뽀르 빠보르"라는 말이 필수였다. 팁은 10% 정도가 적당하다고들 하던데.. 자기 마음이다 ㅎㅎ


8. 전망대가 어디에 있어요?

¿Dónde está el mirador?

여행 다닐 때 내가 항상 찾곤 했던 곳, El mirador(전망대)라는 단어가 꼭 필요했다. 멕시코 대부분의 도시에는 미라도르가 있었다. 남산타워 같은 곳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도시 전체의 모습이 잘 보이는 적당히 높은 장소를 다 El mirador라고 불렀다


*관광 인포메이션 센터 = La oficina de turismo / Centro de información para turistas

*고객 서비스 센터 = La oficina de atención al cliente


9. 짐 좀 맡길 수 있을까요?

¿Puedo guardar/dejar mi equipaje?

여행하다 보면 호스텔에 짐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이 일정과 안 맞거나 짐을 맡겨놓고 근교에서 숙박을 할 때도 그렇다. 이 또한 아주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다. 처음에 '맡기다'에 상응하는 정확한 표현을 몰라서 헤맸던 기억.


*짐 보관소 = La consigna


10. 아침 식사 시간은 몇 시예요?

¿A qué hora es el desayuno?

호스텔에서 보통 체크인, 체크아웃, 와이파이 등은 그냥 말해도 알아듣고,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물어봤던 게 아침 식사 시간이었던 것 같다. Hora de desayunar라고만 툭 말해도 이해해 준다 :)


11. 깎아주세요!

¿Lo menos..?

정확히는 ¿Puede hacerme un descuento? 또는 "¿Puede rebajarlo un poco, por favor?"라고 하면 좋지만, 이 표현은 친구가 가르쳐 준 하나의 팁이었다. 스페인어를 잘 아는 척(?)할 수 있었던 말.. "¿Cuánto cuesta?" 또는 ¿Cuánto es?(줄여서; ¿Cuánto?) = 얼마예요?를 물어본 뒤 대답하면, 고민하는 척하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과 함께 "로 메노스!"를 외칠 것.


12. 5페소에 2개 어때요?

Dos por cinco pesos

불쌍한 표정에 이어 다음 단계는 협상하기! 여행지에서 너무 깎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지만, 시장에서 값을 깎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 아니겠는가. 또한 관광객이라고 턱없이 높게 부르는 경우가 파다하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

한 번은 페루에서 중간 정도 크기의 알파카 인형 가격을 물어봤는데 1개에 5솔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제일 흔한, 열쇠고리 사이즈의 알파카 인형은 1솔에 사세요! 길에서는 5솔에 6개 주기도 하는데, 시장에서 3~4개에 10솔이라고 하는데도 많았어요) 그래서 2개에 5솔(dos por cinco soles) 달라고 딜을 시도했더니, "오! 너 스페인어 좀 하는구나?" 하며 바로 Okay 하는 것이 아닌가? 스페인어가 반가워서 깎아준 줄 알았더니, 역시, 그게 아니라 원래 더 높게 부른 거였다. 그러니 가격을 부를 때는 연봉 협상(?)을 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가격보다 더 낮게 부르자! 외국인에게는 말도 안 되게 높은 값을 부를 때가 많아서, 의외로 협상이 통할 때가 많다. Dos, Cinco 자리에 원하는 숫자로 바꿔서 활용해 보자.

또한 현지 언어인 스페인어로 협상을 시도하면 좀 더 깎아주는 것도 사실이다. 깐꾼 시장에서는 아예 대놓고 "스페인어를 하면 더 깎아줍니다!"가 호객 멘트였다.


13. 잔돈 있어요?

¿Tiene cambio?

이 표현은 택시 타기 전 잔돈이 없을 때 꼭! 한번 물어보고 타기를 추천하고 싶다. 택시를 탈 땐 항상 현금으로 잔돈이 있는지 확인해 두어야 한다. 여행하다 보면 잔돈이 없을 때가 있는데 이를 체크하지 못하고 택시를 탔다가, 가는 길 내내 친절하던 택시 아저씨가 도착하고 나서 "나 현금 없는데~"하며 막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냉큼 내 돈을 다 삼켜버린 적이 있다. 그때의 배신감이란..! 이 사건은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는데, 원래 알고 있었는데도 여행이 길어지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Cambio(깜비오)'는 잔돈이라는 뜻이다. 친구 가족네와 헤어질 때 가족들이 택시를 잡아주었는데 그때 잔돈이 없었다. 그러자 친구 언니가 타기 전에 먼저 택시기사에게 잔돈이 있는지 물어보고, 없다고 해서 가는 길에 바꿔서 남겨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저씨는 현지인 가족이 물어봐 준 덕분에 주유소에 들려서 잔돈을 바꿔서 남겨 줬다. (우리처럼 미터기 방식이 아니라서 사전에 요금 협상을 하고 어디 들러서 좀 지체돼도 상관없다.) 이렇게 미리 물어보면 그런 잔돈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 조그만 사기일수록 생각할수록 분한 법이다. 현지인들도 택시를 타기 전에 항상 물어본다며, 친구네 가족이 나에게 택시 타기 전에 항상 물어보고 타라고 조언해 주었다.


14. 저기요!

Disculpe / Perdón

저기요! 오늘 문 여나요? 저기요,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등등, "저기요"라고 말을 붙이고 싶은 경우가 참 많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디스꿀뻬" 또는 "뻬르돈"과 함께 말을 시작하면 된다.


15. 지나갈게요

Permiso

길을 다닐 때 엄청 많이 들어서 귀에 익어버린 말이다. 거리나 쇼핑몰 등에서 사람이 많아서 길을 막고 있을 때 "잠시 지나갈게요"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사람들이 뻬르미소, 라고 엄청 빠르게 발음했는데 길에서 배운 이 말을 나중에는 종종 내가 쓰기도 했다.


16. 뭐라고요?

¿Mande? / ¿Cómo?

Mande는 멕시코에만 있는 표현인 것 같다(아마도). 멕시코에 오래 머무르면서 곳곳에서 이 말을 자주 들었는데, 그건 물론 내가 우물쭈물 스페인어를 말하다 보니 상대편이 "??? 네? 뭐라고요?"라고 되묻는 일이 많았기 때문(..) 공식적인 장소, 전화 통화 중에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만약 멕시코에서 "만데?"라는 말을 들으면 영어의 "Pardon?"과 같은 표현으로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스페인어에서는 ¿Perdón?(죄송하지만 한번 더 말해주실 수 있나요?) 또는 "Disculpe?" "¿Cómo (dice)?라고 한다.


17. (거절할 때) 괜찮아요.

Gracias

여행자들은 길을 가다 보면 호객을 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아니요, 괜찮아요" 하고 거절해야 할 때가 많다. 'Gracias'는 '감사합니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거절할 때도 빈번하게 쓰인다. 우리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거절하는 것처럼 똑같다. 물론 "No, gracias"라고 말하면 더 완벽하다!




여기까지, 멕시코 및 중남미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가며 끄적여 보았습니다. 중남미 여행에 관심 있는 스페인어 초보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고수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 ㅎㅎ) 어려운 건 아니지만 다니면서 자주 말하고 들었던 표현들만 모았답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겔 아저씨네 작은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