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휴식

[어느 고독한 백수의 팡세] #09

by 세라

'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 쓰기로 했어. '나'에게도 좀 쉴 기회를 주는 거지. 그럼 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그냥 시처럼 써 보는 거야. 거짓말은 조금만 섞을게.


Noah, 화가가 되기를 꿈꾸는 친구야. 철은 좀 없지만,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졌지. 어느 날 그의 그림을 선물 받았는데 말야, 완전히 형편없었어.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 뭐야? 내가 잘못한 걸까?


Grace, 누구보다 신실한 기도자랄까. 매일 영혼을 불태우며 울면서 기도한대. 그녀는 나에게도 매일 울면서 고백해. 마치 신에게 괴로움을 고백하듯이.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진짜 속마음을 말하고 만 거야. "어떻게 네가 나보다 불행할 수 있어?" 나는 그녀 때문에 신을 불신하게 됐지. 내가 잘못한 걸까?


Michael, 매력적인 문장을 많이 아는 친구야. 하지만 그는 바람둥이지. 그렇고 그런 타입이긴 해. 애인과 헤어지고 나면 힘들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더라. "뭐, 한두 달쯤 지나고 나면 OK!" 나는 슬픔을 잊는 그의 자세가 존경스러웠어. 내가 잘못한 걸까?


Lily, 그녀는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어. 우연히 만난 남자와의 잠자리가 너무 좋아서 양쪽에 거짓말을 하기도 했대. 아, 그 남자들을 누가 불쌍해해 줄까! 그런데 그녀의 두 눈에는 꽃별이 박힌 것 같았어. 도덕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운 눈동자 같았어. 내가 잘못한 걸까?


Ares, 그는 자기 글이 너무나 싫대. 그러면서 끝도 없이 글을 써대고 있지. 다 거짓말이야.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척,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지. 내가 잘못한 걸까?


이 친구들, 바보 같지만 귀엽다고 할까? 귀엽지만 바보 같다고 할까?


그런데 '나'는 지금 쉬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누구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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