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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라 May 15. 2024

그래서 두부와 호박죽을

#시

그래서 두부와 호박죽을 사 먹었어요

죽을 것 같아서

곰팡이가 핀 김치와 같이

머저리같이


부패하지 않으려면

버섯처럼 살아라

는 문장을 우리는 모두 어릴 적에 배웠잖아요

기억나지 않겠지만

너는 배웠다


동네에서 유명한 버섯 월드를 찾아갔어요

초록 짙어 있었어요

오월이었으니까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 평생 잠들지 못하고 기어이 나무 백 그루를 완성하며 빽빽한 계절의 밀어들을 엿듣던 시간

그 아래 버섯이 있었던가요?


오월이에요

오월답게 무릎이 헐겁고

저녁이 가볍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악랄한 독버섯처럼

따닥따닥


예쁘다


산 채로 썩어가는 기분

썩은 채로 살아가는 기분

그 기분도 병이라고

버섯 월드의 버섯 선생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팔이같이


나를 포기했다, 환자분 그래도 영 부패하는 기분이 멈추지 않으시

자기 전에 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 딱 구십구 그루까지만 세어보라고

처방을 땅땅땅

하여튼 선생님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거기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갑자기 내 손가락이 써 내려간 이상한 자작시. 모르고, 늘 모르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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