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2
올해 봄처럼 꽃을 찾지 않은 해가 없었다. 아름다운 계절은 짧기 마련, 애써서 나가 보지 않으면 금세 지나가 버린다는 거 알고는 있었는데도, 나는 시종일관 그다지 미련이 없었다.
"벚꽃 보러 안 나갔어요?"
"예, 따로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렴 꽃 구경하러 나가자고 불러낼 사람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꽃은 이미 내 마음 속에 있었다. 바쁜 일상 중에 도심에서 만나는 벚꽃, 버스 창밖으로 천방지축으로 피어나는 개나리, 점심시간에 잠깐 만났던 우아한 자목련, 고개를 숙이면 어디든지 끈질기게 퍼져 있던 지상의 모든 제비꽃…… 그 짧은 순간들이 다 주말이고 휴일이었다. 봄이란 게 따로 있지 않았다. 어쩌면 언젠가 내가 그것들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들여다본 적 있었기 때문일까.
꽃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지도, 오래된 절망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이맘때쯤 찾아오는 꽃, 그뿐이었다. 바야흐로 2025년 봄이다.
예뻐요, 나 창밖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던가요, 쓰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던 헐벗은 절망은 다 어디 가고 고작 예쁘다 라니, 좀 창피한데요…… 이런 혼잣말이 야단법석으로 쓰여졌다는 기억조차도 곧 지나가 버리겠죠. 이윽고 하차벨이 울리고 나는 무엇 더러 예쁘다고 했었는지, 내가 그런 적이 있었는지도 몰록 잊어버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안부 인사를 메모로 남기는 봄밤이에요. 요즘은 글로 마음 다 쓰지 못하겠어요. 작은 소란,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