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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500일

퇴사하는 꿈을 꾸었다

D-162

by 세라

퇴사하는 꿈을 꾸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참지 않고 퇴사한다고 말했다, 평소라면 그래, 어차피 몇 개월만 버티면 계약 끝이다, 하고 버티고버텼던 조건부 생계, 그래도 이건 아니다, 아닌 건 아닌 거다, 하는 평소의 판단과 다를 바는 없는, 그러나 행동으로 옮겼다 결단을 내버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게……


꿈이었다. 다음날 아침 깜짝 놀랐다. J답게 퇴사 몇 개월 전에 바꾸려고 했던 12년 쓴 핸드폰, 블프에 구매하려고 오랫동안 벼러왔던 가벼운 노트북, 그리고 최근에 살까 말까를 망설였던 겨울 이불을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은 나의 계획대로,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는데, 갑자기 내가 퇴사를 한 것이다 충동을 못 이기고 퇴사를 해버린 것이다, 어쩌자고 그랬던 거냐 노트북을 포기한 것이냐 이불을 포기한 것이냐 꿈을 버린 것이냐 결국 다 사치였던 것이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어쩌자고 그래버렸느냐 말이다, 그러다가 또 문득,


꿈이었다,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세워둔 구체적인 계획과 명확한 일정이 너무나 생생하게 붕괴되는 꿈, 백여 일 되는 이 기간이 뭐라고 나는 자존심도 없이 식은땀을 흘렸다 출근길이었다 나는 또 세속의 무엇을, 얼마나, 붙잡으려 했던 것인가, 나는 나는 나는,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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