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500일

이 세상이 회의실이라면

[다시, 상담일기] 6회차

by 세라

6회 차의 심리상담이 모두 끝났다. 회차를 더 연장할 수 있는 제도를 알게 되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상담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 나는 타인 앞에서 어떤 한계 이상으로는 솔직해질 수 없었다. 마치 그 이상으로 마음을 누설할 수 없도록 프로그램된 인간처럼, 내 안에 언제나 부옇게 끼어 있는 피상적인 우울에 대해, 때때로 모든 것을 그만두고 떠나고 싶은 마음에 대해, 더 이상 꺼낼 수도 없었고 꺼내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추운 날에 그것을 꺼내 들고 나는 또 얼마나 발을 동동거릴 것인가. 말하지 말자. 차라리 쓰자.


행복이란 최선일까, 차악일까. 세상에는 내게 잘해주는 사람도 있고, 소소하지만 만족스러운 순간도 있지 않느냐는 선생님의 설득에 그만 피로해지고 말았던 마지막 상담은, 실패였다. 행복해진다는 건 뭐지? 괴롭지 않은 상태? 더 나아지고 싶다는 건 뭐지? 먹고사는 일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거? 한겨울에 죄책감 없이 보일러를 틀 수 있다는 거? 그럼 다음달 월세는 누가 내주지? 나는 하루라도 더 연명해야 한다는 피로한 위기감에, 삶은 차악의 선택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이 중독되어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올 것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누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행복이란 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돌아오거나, 어쩔 수 없이 돌아오거나. 어쨌든 집으로 가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아니, 나는 행복에 대해서는 그만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게 최선이든 차악이든, 나는 그것에 대해서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나는 무엇을 원하나요? 결국 내게 잘 맞는 일과 내게 필요한 현실 사이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죠,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이게 지금 내가 원하는 건가'를 생각해 보세요,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뛰쳐나올 수는 없겠지만, 불가피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나를 데리고 나올 수 있어야 해요,


……선생님, 이 세상은 다 회의실인 걸요? 저는 저를 어디까지 데리고 나와야 하나요? (이 삶으로부터 저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원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회의를 끝내야만 해요. 어떻게든 집에는 가야 하고요. 참아야 해요. 참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게 어딘가요. 집으로 돌아가는 지겨운 나 자신을 또 한 번 견뎌냈다는 게……


라는 말을 나는 삼키고…… 그날밤, 집으로 돌아와 거칠게 일기를 썼다가 다음날 아침에 모두 지워버렸다. 나는 너무 솔직한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또 하루가 시작되었으므로.


그리고 한동안, 말하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은닉하는 마음이 아니라,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마음에 대해서.


그래, 모든 걸 다 말할 필요는 없지.

누구에게든 와르르 쏟아놓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서.

고마웠어요, 이제 그만 말해도 될 것 같아요.

정말이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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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겨울이다. 밤마다 서름서름한 마음으로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본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것 같다. 여기, 내 안의 우울과 슬픔을 함빡 품고, 조용히 난롯가 앞에서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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