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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나후아또-1

Guanajuato#5 시장, 성당, 키스의 골목

by 세라

미라 박물관 언덕에서

마을로



Museo de las momias 에서 오전 동안 미라들을 실컷 보고 내려오는 길, 화창한 날씨 덕분에 미라 박물관에서 무거워졌던 분위기가 말끔히 해소된다. (보정 없는 원본 사진)

올라갈 땐 버스를 타고 갔지만, 내려올 땐 전망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계획하고 간 건 아니지만, 내가 과나후아또에 갔을 때는 운좋게 세르반티노 축제 기간이었다. 물론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마을 특유의 분위기로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마치 흰색 집 사진에 누군가가 제맘대로 색칠놀이를 해 놓은 것 같다. 나는 노을이나 야경 사진을 찍는 걸 더 좋아하지만, 과나후아또를 포함한 멕시코의 몇몇 도시는 알록달록한 컬러감 때문에 낮에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혼자 본 장소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달고 시장

Mercado hidalgo



언덕을 다 내려오고 나서 가장 먼저 발걸음이 닿은 곳은 이곳 이달고 시장.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 시장이 실내에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가로세로 반듯하게 정렬된 가게에서는 식재료부터 기념품까지,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다. 사실 기념품들은 멕시코의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봐 왔던 것들이었다. 프리다 칼로가 그려진 액세서리나 카트리나(해골 인형)는 멕시코 전역에서 볼 수 있다.



공예품들 대신 과자를 몇 개 사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딱딱해서 거의 사탕 같았다..!



한국 식당



여행하는 동안 한식당을 딱 한번 갔는데 바로 여기 Somos coreanos라는 곳이다. 내가 묵었던 호스텔 가이드의 추천에 있어서 가 보기로 했다. 중식이나 일식은 많이 봤지만, 한식은 비교적 드물었다. 식당은 시장 옆 위치 좋은 건물 2층에 있었다. 한국인들이 주 고객일 줄 알았는데, 1층에서 멕시코 직원들이 호객까지 하고 있는 걸 보니견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현지인들 중에 한국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유일한 곳일 듯하다. 창문으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음식을 기다리며 인테리어를 구경했는데 벽 여기저기 하회탈이 가득 붙어 있었다. 익숙한 하회탈들인데, 이렇게만 보니 왠지 동양의 원시부족 같다..ㅋㅋ 빠질 수 없는 초록 소주병 화병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나에게 소주는 쓰기만 한데, 외국인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인가 보다. 옆테이블에서는 현지인 한 무리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나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막걸리보다 소주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점심으로 오랜만에 비빔밥(!) 200페소(약 12600원)로 비싸지만, 과나후아또의 물가 자체가 다른데 비해 전체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비빔밥은 전통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먹을만했다. 고기가 많은 것이 약간 멕시코화 된 느낌.. 한국인 사장님이 음식을 갖다 주셨는데 무척 젊은 분이셨다. 사장님 말로는 과나후아또에 한국인이 엄청 많이 온다고 한다. 과연 사장님의 말대로, 길에서 한국어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제 멕시코도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닌가 보다.



레포르마 공원

Jardín Reforma



점심을 먹고 바로 앞에 있던 레포르마 공원을 걸었다. 사진엔 없지만 여기에 책을 팔고 있는 부스가 많았다. 책은 내가 멕시코를 다니며 유심히 보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스페인어 책들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현지에 있을 때 사가고 싶었다. 얇은 이야기책 위주로 보니 권당 25페소(약 1600원)로 굉장히 저렴하고, 게다가 무척 작고 가벼워서 여기서 3권을 샀다.


책을 고르다가 직원에게 공부할 때 쉽고 재밌게 볼 만한 동화책 위주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처음 두 권은 이미 본 것을 추천해 주길래(읽은 거 2권인데 하필 그 2권..) 다른 걸 달라고 했더니 점점 일이 커졌다. 옆 부스에까지 말이 전달 전달되면서 결국엔 거기 부스에 있는 직원들이 모여 내가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외국인이라며 뭐가 적당하겠냐며 회의(?)를 다. 감사하지만 민망.. 결국은 짧은 이야기가 많은 코너로 안내해 줘서 내가 골랐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드래곤에 관한 이야기, 우정에 관한 어구가 있는 책을 샀다. 소설책은 아직은 한국어로 한번 읽은 책을 보는 게 편한 것 같다.



키스의 골목

Callejón del beso



과나후아또의 명소 중 하나인 키스의 골목이다. 키스의 골목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내용은 생략) 홀로 여행 중인 나는 그냥 한번 들렀다 갈 요량으로 가 보았다. Callejón del beso.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키스'보다 '베소'라는 스페인어 발음이 더 마음에 든다.


원래 '거리'는 'Calle(까예)'지만, 이렇게 더 작고 좁은 골목길은 'Callejón(까예혼)'이라 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페인어 책을 읽을 때 쥐들이 신선한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같은 골목길을 찾아다니는데, 그때 나오던 단어가 Callejón이었다. 아는 단어의 등장에 출렁이는 반가움을 안고서 골목 탐험 시작~



과연 길이 아주 좁았다. 가는 길에 기념품 가게들도 몇몇 보였는데,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키스의 골목에서는 커플들이 키스샷을 남기려고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차례대로 계단 또는 테라스에 올라가서 포즈를 취하는데 능숙한 커플, 어색해하는 커플 등 구경만 했는데 재미있었다. 저곳에 올라서면 사람들이 리액션도 해주고 부추기기도 해서 웃음바다가 되기도 한다. 독사진을 찍거나 친구랑 사진을 찍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는..



메인 성당과

평화의 광장


Basílica colegiata de Nuestra Señora de Guanajuato, Plaza de la Paz


커플지옥(?)을 벗어나서 전망대로 향하는 길에 지난 메인 성당과, 그 바로 앞 평화의 광장. 노란 성당은 과나후아또의 심볼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날에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면서 봤는데, 오늘 미라 박물관부터 내려오면서 훑어보니 걸어 갈수록 분위기가 점점 밝아지는게, 기승전결 구조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같은 장소 야경. 사실 이 앞을 하도 많이 지나가서 사진이 100장은 되는 것 같다. 버스가 포착된 장면이 왠지 생생하여 마음에 든다.



콜로니얼

거리



과나후아또는 도시 전체가 볼거리다. 뭐니 뭐니 해도 여기서는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다채로운 색감이 주는 행복감에 빠져봐야 한다. 시끌벅적한 무리에서 벗어나 골목에 접어들면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마을의 모습을 담아가는 여행자들이 많이 보인다.





사진이 너무 많아서 두 편으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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