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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부터 어른까지, 미라 박물관

Guanajuato#4 Museo de las momias

by 세라

**미라 사진을 보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과나후아또에 갔다고? 미라 박물관 가 봤어?


멕시코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과나후아또에 갔으면 미라 박물관(Museo de las momias, 무세오 데 라스 모미아스)을 꼭 가봐야 한다고. 사실 과나후아또에 유명한 미라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갔는데, 멕시코에서 갔던 수많은 박물관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 되었다.


박물관의 미라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표정이 생생했고, 몇몇은 머리털까지 그대로 있어서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알고 보니 모두 '자연 미라'라고 한다. 이 지역의 건조한 기후와 미네랄 때문에 자연적으로 아주 빠르게 미라가 된다고 한다. 생생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생생했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가족은 1988년에 돌아가신 자기의 할머니를 미라 박물관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돌려줄지 의사를 물었지만 그냥 박물관에 전시되기를 원했다고 함)


Casi nadie se salva de convertirse en momia
(누구도 미라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과나후아또는 미라가 되는데 완벽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고 한다. 거리에는 화려한 축제와 음악이 가득하지만 한쪽 언덕에는 이렇게 또 다른 모습을 품고 있었다. 이야기를 더 이어가기 전에 우선 내가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만났던 충격적인 풍경을 공유하고 싶다.



나는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전시된 수많은 미라에 놀랐고, 그 표정들에 두 번 놀랐다. 멕시코 다른 지역의 박물관에서도 몇 번 미라를 본 적 있는데 이렇게 많은 곳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곳에는 111구의 미라를 소장하고 있다.


미라들이 많은 것은 건조한 기후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가 더 있었다. 멕시코에서는 공동묘지에 시체를 묻을 때 비용을 지불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일단 5년간의 렌탈 비용만 먼저 지불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나 만기가 오면 (돈을 내고) 공동묘지에 계속 있거나 박물관으로 보내지거나 중 선택을 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이때 꺼내진다고 한다.


*스페인어 메모
La momia 미라
Momificar 미라로 만들다
Convertirse en momia 미라가 되다
El cadáver 시체
El ataúd 관
La tumba 무덤
Sepultar, Enterrar, Inhumar 묻다, 매장하다 / Desenterrar, exhumar 발굴하다, 파내다
La putrefacción 부패
El embalsamamiento 시체 방부 처리
Cementerio, Fosa común 공동묘지
La epidemia 전염병



무엇보다 강렬했던 것은 미라들의 표정이었다. (실제로 나는 무서워서 한동안 이날 찍은 사진 폴더를 열어보지 않았다..ㅠ)


왜 이렇게 하나같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표정일까? '흑사병'이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19세기 초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전염을 막기 위해 그 가족과 이웃들까지 모두 강제로 다 매장시켰고, 산 사람들은 관 속에서 질식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꽤 신빙성 있는 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끔찍한 표정에서 정지해 있는 이 미라들은 전염병 때문이 아니라 생매장을 당해 절규하며 죽어가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폼페이의 화석보다 더 소름 돋는다.



표정을 둘째 치고, 사람이 죽고 나면 누구나 이런 모습이 되는 것일까. 괴리감 때문에 한동안 머릿속이 멍해졌다. 실제 일화처럼 돈이 없어서 내 가족이 미라 박물관에 전시된다면? 음... 싫다.


여기서 미라는 현재 진행 중인 현상이다. 무덤 만기가 5년밖에 안 된다고 하니, 아직 30년도 안 된 미라가 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족들이 반대하지도 않았고 불법도 아니라고 한다. 수많은 나라에서 미라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과 반대로, 이곳은 모두 자연 미라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고, 온갖 종류의 미라가 모여 있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라는 이것(▽)이다.



왼쪽의 아기 미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미라로 유명하다. 실제로 보면 정말 작다. 손바닥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된다. 오른쪽은 임신한 상태의 엄마 미라다. 이 두 미라가 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고 있다. 나는 이런 미라들의 사연이 안타깝기만 했는데, 멕시코 친구 Ivan은 이렇게 말했다.


-미라는 죽음 후의 또 다른 삶이야. 왜냐하면 그들의 이야기는 영원히 살아 있을 거니까.

-그럼 너도 그렇게 영원한 삶을 살고 싶어?

-좋을 것 같아.

-재밌는 생각이네.

-그건 뭔가 유일한 거잖아.


긍정적인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의외였다. 자기가 이렇게 전시돼도 괜찮다니! (나는 싫어이..)


Su historia siempre vivirá



작고 선명한 아기 미라들은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들의 모습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현실 세계와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Ivan의 말대로, 그들의 이야기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사진은 무시무시한 내부와 달리 평화로운 미라박물관 외경이다. 박물관이 언덕 높은 곳에 있어서, 여기서부터 걸어 내려오면서 풍경을 감상하니 딱 좋았다. 다음 글에는 박물관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에서 구경했던 곳들에 대해 쓸 예정이다.


*Museo de las momias : 56 pe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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