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juato#6 공원, 극장, 삐삘라 전망대
광장, 공원
그 외
노란 성당 뒤편에 있는 작은 공원. 이 뒤로는 과나후아또 대학교도 있다. 사실 도시가 작아서 모든 것이 가까이에 있다.
후아레즈 극장,
세르반티노 축제
Jardín de la uníon(우니온 정원) 바로 앞에는 Teatro Juárez(후아레즈 극장)가 있다. 과나후아또에는 극장이 3군데 있는데 후아레즈 극장이 가장 메인이다. 나는 노란 성당보다 오히려 후아레즈 극장이 더 과나후아또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축제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밤이면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극장 근처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세상의 모든 악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듯 음악과 퍼레이드의 도가니였다. 자기들이 기획한 축제에 초대하고 싶다며 길에서 말을 거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이 길을 지나다 보면 무리에 저도 모르게 섞이게 된다.
운 좋게 세르반티노 축제 기간에 왔으니 나도 극장에서 직접 연극을 한편 보기로 했다. 맞는 시간대를 찾으려니 Teatro Juárez는 매진이어서, 가까운 곳의 Teatro principal에서 하는 공연으로 정했다. Teatro Principal은 메인 극장은 아니지만 과나후아또에 가장 먼저 생긴 극장이다. 예매 시스템은 모두 연계되어 있어서 어디에서도 똑같이 시간표를 확인하고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내가 본 건 연극이라기보단 뮤지컬이었는데, 스페인 팀의 공연이었다. 스페인어가 잘 안 들려도 음악과 춤 덕분에 재미있게 봤다. (150페소)
삐삘라 동상과
전망대
드디어 삐삘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거침없이 올라갔다.(왕복 50페소) 삐삘라 전망대는 과나후아또에 하루를 머무르든 일주일을 머무르든, 여지없이 모두에게 여행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장소일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짧은 순간동안 사람들은 시야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마을 풍경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성당이 장난감처럼 작아져가는 동안 마치 내가 삐삘라 동상만 한 거인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내가 온종일 어느 골목을 누비고 다녔는지 발자취가 눈에 선했다. 내 앞에 거대하게 서 있던 성당이 손바닥 안으로 쏙 들어왔지만, 풍경 전체는 마음속에서 오히려 부풀려졌다.
전망대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잠깐 사이에 맑았다가, 흐려졌다가, 비가 내렸다가, 다시 그쳤다.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그래서 어떤 사진은 밝고 어떤 사진은 어둡다.
사실 이날은 과나후아또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Puebla나 Taxco에서처럼 여유가 많지는 않아서 부지런히 돌아다녔는데, 이곳에 올라서니 그제야 아쉬움이 느껴졌다. 조금 알 듯 하니 헤어져야 한다.
언덕에서 내려가면 과나후아또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쉬움에 쉽사리 내려가지 못하고 비바람을 맞고도 한참을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그치며 살포시 무지개가 뜨는 것이었다. 순식간의, 그러나 부드러운 순간이었다. 풍경이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한 편의 기적같은 드라마를 선사했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에 생명의 기운이 스며든달까, 괜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 순간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막 여행자처럼, 햇빛을 딱 한 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무지개는 마을을 에워싸며 전망대에 있던 사람들 모두를 감동시켰다. 내려가려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되돌리고 크고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온 세상의 명암이 선명해지니 마음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아쉬움도 조금은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미련이 남아 있던 마음의 자리는 무지개의 온기로 채워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도시의 한쪽 끝에서부터 반대쪽 끝까지 홀로 탐험한 날, 나는 하루 동안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기라도 한 걸까. 빛과 색의 스펙트럼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무지개가 먹구름 사이를 열고 끌어다 놓은 햇볕 속에서도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과나후아또에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이곳은 예술의 도시로 인정받는다.
이 도시를 어떤 기념품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곳에서 담아가야 할 것은 곳곳에 자유로운 영혼이 깃든 듯 풍성한 색감의 마을 풍경, 거리에서 음악과 축제와 낭만에 마음껏 취해 보는 순간, 언덕 위에 올라 삐삘라만큼 거대해진 마음으로 마을을 다 품어 보는 상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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