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을 때 '브이'는 한국 전통문화?
해외여행을 가면 현지인들의 모든 것이 생소하고 흥미롭듯이, 우리의 모든 것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는 관찰 대상이다.
멕시코에 있는 동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들을 친구들이 지적한 적 있는데, 정말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마치 넌 왜 숨을 쉬어? 라는 질문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왜 한국인들은 사진 찍을 때 브이를 해?
김치, 그러니까 브이 포즈 말이다.
사진 찍을 때 브이를 안 하면 뭔가 표정도 자세도 어색해지는 경험을 한 적 없는가?
사실 의식도 못 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같이 다니던 멕시코 친구들이 장난으로 날 따라 하며 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진 찍을 때마다 왜 꼭 그렇게 하냐며 그게 한국 문화냐고 물어봤다. 나는 졸지에 그렇다고 대답했다(..응?)
한 명이 그렇게 지적하자, 다른 멕시코 친구들이 '맞아, 맞아!'를 연발하며 모두 그에게 동의했다. 살짝 민망해진 나는 그 이후로 의식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각을 했을 때면 이미 두 손가락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펼쳐져 있었다. (뭐지 이 제 6의 감각은..)
이왕 친구들에게 놀림(?)당한 김에, 가족들에게도 전파해 주었다. 철저히 나의 교습을 받은 멕시코 가족들은 동영상도 아닌데 '김치'를 우렁차게 외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네, 마지막 순간까지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왔습니다.
한국인들은 왜 뒷짐을 지고 걸어?
어느 날 함께 길을 걷던 멕시코 친구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런 포즈로 걷는 거냐고.
뒷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게 엄청 신기했던 모양이다.
전에 한 3명 정도의 한국인들을 만났는데 그들도 다 그랬었다며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정말 생각도 못한 포인트에 빵 터졌다.
그런데 이 또한 설명하기가 참 모호했다. 이에 임기응변을 발휘해 조상 대대로 그래 왔고 이것은 a kind of 코리안 컬처라고 했다(..)
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 나는 SNS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 친구들도 다들 한류(?)를 잘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아는 선배는 심지어 "그렇게 자세하면 척추 건강에 좋다고 일러라"고 했다.
선배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건지, 멕시코 친구의 추가 질문 중에는 불편하지 않냐는 내용이 있었다.
"아니! 이 자세는 아주 편해. 옛 선비들이 하던 자세란다. 건강에도 좋아!"
나는 친구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고, 그 후 한동안 멕시코 친구들은 나를 선두로 1열 종대가 되어 걸어 다녔다.
한국인들은 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저만 이 이야기 많이 들은 줄 알았는데, BeautiPo님께서도 '한국인들은 왜 쪼그리고 앉느냐'는 질문을 받았었다고 해요. 경험 공유해주신 BeautiPo님, 감사합니다. ㅎㅎ)
친구들과 종종 잔디 위에서 한숨 돌리거나 할 때 나는 계속 자연스럽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는데, 다른 외국인 친구들은 보통 바닥에 철퍽 퍼지르고(?) 편하게 앉았다. 친구들은 그렇게 앉으면 불편하지 않냐고 했는데, 사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라, 편한 걸 편하다고 하는 건데 그게 왜 편하냐고 물으시면...
우리는 야외에서 바닥에 앉을 때 돗자리를 깔거나 하다 못해 종이라도 까는 게 보통이다. 아니면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강해서인가? 어쨌든 내가 편하다고 하니, 친구들도 다들 한 번씩 나를 따라 앉아보고는 이 자세로는 도저히 불편해서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이와 비슷하게, 음식 먹을 때도 가끔 "넌 손으로 먹는 거 싫어해?"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이는 문화의 차이였다. 멕시코에선 식사에 또르띠야나 고기가 거의 빠지지 않는 데다, 뜨겁고 소스 범벅인데도 그들은 항상 손으로 먹었다. 반면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젓가락 스킬은 엄청난 것 같다. 웬만하게 뜯기 어려운(?) 고기들도 두 손으로 젓가락을 잡고 다 해결하거나, 정 손이 필요한 음식(등갈비, 게 등등)에는 가게에서 비닐장갑이 같이 나온다. 그들이 보기에는 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국인들은 유난히 자외선 차단을 열심히 한다는 말도 있었다. 선크림+선글라스+모자+양산 등의 아이템으로 완전 무장하는 한국인들.. (이렇게 해도 타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의 이런 습관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
한국 여자들은 매일 매일 화장을 해?
멕시코 친구들과 방이 모자라 며칠 동안 거실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며칠이 지난 뒤 한 메히까노가 화장을 하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원래 그렇게 매일 화장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거냐고.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장기여행을 하면서 마음 놓고 거지꼴로 다닐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친구들과 여유롭게 관광지에 놀러 다니고 있었고 보통 한국 여자들은 평소에 민낯으로 막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내 생각엔 우리는 화장하는 걸 데일리(심지어 예의)로 생각하는 반면 그들은 한번 할 때 엄청 진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10대들도 무척 성숙해 보였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8~10살 차이 나는 동생들과 자연스럽게 '친구'를 맺고 왔다.
중남미 쪽 친구들은 동양인들은 어려 보이고 피부가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입장에선 그들이 노안(?)이라는 사실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중에 가서 서로 나이를 알게 되면, 그들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아마도…', 한국인이 자주 쓰는 말?
미국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내가 중간에 "Maybe"라고 하자, 갑자기 그 친구는 한국인들은 다들 자꾸 말에 Maybe를 붙인다고 했다. 그 이후 생각한 건데 우리의 기저에는 뭔가 돌려 말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아'
사실 자신 스스로의 생각인데 제 3자의 입장에서 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여지를 두고 싶어 하는 걸까? 확정을 짓기 싫어하는 걸까? 책임을 회피하려는 본능일까?
한국어로만 들었을 땐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 영어로 번역할 때 뭔가 한국인들 특유의 표현이 생겨난다. 우리끼린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은 그 단어들을 빼도 문장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 말이다.
처음에 친구가 지적했을 땐 그런가..? 하고 갸우뚱했는데 대화의 곳곳에서 자꾸만 나도 모르게 그런 표현들이 이어져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So, When will you move the house? (그래서, 언제 이사를 할 거야?)
-Maybe.. Wednesday? (아마도.. 수요일?)
-Why 'Maybe Wednesday'! (왜 또 '아마도 수요일'이야!)
-Ok Ok, Wednesday!!! (알았어 알았어 수요일!!!)
손으로 먹느냐, 젓가락으로 먹느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느냐, 벗고 가느냐. 엘리베이터 문은 두 짝이냐, 한 짝이냐.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느냐, 왼쪽에 있느냐, 비가 어느 정도 내려야 우산을 쓰느냐……
외국인들을 만날 때는 생각이나 관점의 차이도 많지만 그냥 관습이나 버릇, 이렇게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게 무척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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