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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미 Sep 28. 2018

다음을 기약하는 이메일 쓰기

성의 있는 이메일이 소통을 이끈다!


이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작년에 한 대학에서 진행한 특강을 들었던 학생이라고 했다. 취업할 때가 되어 자기소개서를 썼는데 쓰고 나니 내 생각이 났단다. 간호사가 되고 싶은데 지원할 병원에 자기소개서를 내기 전에 고칠 부분은 없는지 한번 봐달라고 했다.


나에겐 이런 류의 메일이 종종 온다. 한 학기 동안 인연을 맺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짧은 만남이라도, 강의를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는 헤어질 때 꼭 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훗날 글쓰기나 방송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수줍어말고 이메일로 문의를 하라는 당부와 함께.


메일을 받으면 나를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준 이들이 반갑지만, 자기소개서나 논문, 방송 대본 등 자신의 글이나 작품을 봐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이어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안면이 있거나 메일을 보낸 이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강연에서 만난 수십 명, 수백 명 중 한 명이었던 사람의 글을 읽고 조언하기란 쉽지 않다.


낯선 이들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글에 담긴 작은 정보들을 주워 모아 이런 글을 쓰게 된 맥락부터 유추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처럼 생소한 분야에 지원하는 자기소개서를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따로 자료 검색이 필요하다.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자격이나 능력, 직업의식 등은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하고 지원한다는 회사나 분야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최근 이슈가 무엇인지 기사를 검색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서 항목마다 담긴 이야기를 통해 얼굴도 알지 못하는 글쓴이의 모습과 일상을 상상해볼 때도 있다. 지금 써놓은 성장과정이나 자신의 성격 등을 보다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기 위해서다.


A4 용지 한, 두장인 짧은 글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제시하려고 이리저리 살피다 보면 보통 두, 세 시간이 지나간다. 솔직히 어떨 때는 '그냥 내가 새로 쓰는 게 더 빠르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글쓴이의 의도를 존중하고 문체의 개성을 지켜줘야 하기에 나의 답은 주로 여러 가지 제안들에 그칠 때가 많다. 이메일을 읽고, 좀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될 수 있는 방향들을 고민하고, 나의 조언에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장으로 써서 전달하기 까지, 나 나름의 '노력'의 과정들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며칠 고민하여 답을 보낸 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보람보다는 괜한 일을 했나 하는 서운함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보낸 답메일을 분명히 읽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같은 짧고 무미건조한 문장만을 답장으로 보내줄 때다. 먼저 글을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선, 이렇게 성의 없는 답변을 보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쓰기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비슷한 일들을 몇 번 겪고 나니, 나부터 이메일을 성의 있게 쓰자는 다짐이 생겼다. 마음을 다해 당신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이메일 곳곳에 담기 위해 내가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을 공개한다.


첫째, 제목부터 명확하게 쓰자.


하루에도 여러 개의 광고나 홍보성 글들이 이메일로 날아온다. 무심히 메일함을 열어 제목만 본 후, 본문을 읽지 않고 휴지통으로 보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정성껏 써서 보낸 메일이 곧바로 삭제되는 비극을 겪지 않으려면 우선 제목부터 명확히 써야 한다.


이메일 제목의 목표는 단 한 가지다. 클릭을 부르는 제목 쓰기! 그러려면 이 글을 쓴 목적이 무엇인지, 혹은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논문 심사 의뢰' 등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이 무엇인지 직접 알려주거나, '특강에서 만난 OOO입니다', '방송작가 출신의 김주미 강사 프로필'처럼 제목에서부터 자신을 드러낸다면 읽는 이도 어떤 내용인지 미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름을 불러주고 연결고리를 찾자.


방송 작가 시절, 특집 방송을 만들거나 매주 프로그램이라도 꼭 소개하고 싶은 회차의 방송이 있으면 신문사에 보도자료를 보냈다. 보도자료나 홍보자료는 팩스를 통해 일괄적으로 보내거나, 이메일을 이용하더라도 받는 이들을 한데 묶어 보내는 단체메일을 이용할 때가 많다.


나는 각 신문사의 문화면이나 방송 프로그램 소개를 담당하는 기자들을 미리 알아본 후 그들 각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때, 메일은 꼭 'OOO 기자님께'로 시작하도록 썼다. 담당자의 이름을 불러주어 내가 그를 알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인사말로 최근 근황이나 안부를 묻고, 인상적이었던 과거 기사 내용을 언급하거나 나와의 인연이 닿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잊지 않고 글로 썼다.


이메일을 받는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면 그는 나와 '아는 사이'가 되므로 내가 보낸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봐줄 것 같았다. 나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고 믿는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내가 보도자료를 보내면 신문에 실리는 횟수가 많은 편이었으니.


이메일을 성의 있게 보내는 나만의 방법 마지막은, 다음을 기약하는 답메일을 반드시 보내자는 것이다.


내가 보낸 메일에 대해 회신을 받았다면 거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수고롭더라도 한번 더 메일을 보내야 한다. 신문사에서 내가 보낸 보도자료를 실어주었다면 감사의 말을 담은 메일을, 자기소개서나 대본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면 이후 제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또는 합격 여부 등 그 결과를 알려주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좋다. 이메일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다 보면 언제가 더 큰 기회나 소중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메일은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유용한 소통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글로 전달하므로 실수를 할 염려가 없고, 원하는 정보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할 수 있다. 사무적인 내용이라도 편지글 형식을 띄므로 얼마든지 감성적인 표현을 곁들일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의 이메일을 열어보고 미소 짓거나 당신과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당신이 이메일 쓰기에 진심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메일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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