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SNS 등에서 콘텐츠 쓰는 법
집 앞에 놀이터가 있다. 날씨가 풀리고 해가 길어지자 오후 늦게까지 창문 너머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렸다. 창을 열어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한 놀잇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래를 파고 물을 붓고,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어른인 나에게도 큰 즐거움을 주는 놀이터가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온라인 디지털 세상에는 언제나 새로운 정보와 사람이 넘쳐난다. 누군가가 올린 사진, 그림, 글, 영상들을 보며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날의 내 감정이나 생각과 통하는 작품, 새로운 정보를 주는 콘텐츠를 만날 때면 작은 보물을 찾은 듯하다. 콘텐츠를 올린 사람의 나이나 성별, 사는 지역은 상관없다. 나를 유혹시키는 작품을 만든 사람이라면 온라인이라는 놀이터에서 새로 만나게 된 친구가 된다.
온라인에서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글을 만나면 ‘나도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이 오면, 주저하지 말고 나의 SNS나 블로그에 글을 써서 올려보자. 당신이 올린 글에 매력이 있다면, 온라인 친구들은 묻지도 않고 아낌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며, 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널리 퍼뜨려줄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즐거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개성이 드러나는 내용을 써 보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이 되려면 특별함이 묻어나야 한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의 소재나 주제를 찾아보자는 뜻이다. 내가 살아온 경험담도 좋고, 나의 직업에 관한 정보도 좋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정만큼은 차고 넘쳐서 몇 시간이라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취미에 대한 것도 좋다. 이 모두가 작가로서 당신을 드러내는 좋은 글감이 될 것이다. 지금껏 경험도 미비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대상이 없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발견해 나가면 된다. 내가 더 알아가고 싶은 영역에 대해 지식을 쌓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을 기록해 보자.
온라인의 장점 중 하나는 매일 혹은 매주 쓴 글들을 따로 모아두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차곡차곡 쌓여서 나의 작은 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꾸준히 글쓰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작품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양과 질의 콘텐츠가 완성된다. ‘나’에서 출발한 글쓰기는 작가나 블로그 자체를 하나의 개성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효과까지 만들 수 있다.
둘째, 온라인상에서의 글쓰기 형식미가 무엇일지 고민하자. 무엇을 쓸지 정했다면, 다음은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온라인 콘텐츠의 특징을 고려하여 글을 쓰기 전부터 구조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블로그나 SNS에 글을 쓸 때는 사진이나 그림뿐 아니라 사운드, 영상까지 편집하여 담을 수 있다. 글과 함께 이미지를 실으면 보다 친절하게 생생한 감동을 전달하는 콘텐츠가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글과 이미지는 ‘동의반복(同語反復)’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글이 주연이고 이미지가 조연이든, 반대로 이미지가 주제 전달을, 글이 이를 설명하는 기능을 맡았든 각자 고유의 역할로 나눌 필요가 있다.
만약 한 콘텐츠 안에 여러 장의 이미지를 배열하거나, SNS에 좀 더 내용을 축약해서 올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네 칸 만화(4컷 만화)’에서 구성법을 배우자. 이는 네 개의 칸에 간결한 형식으로 내용을 담는 만화의 한 장르이다. 네 칸 만화는 단순히 빈칸 안에 그림을 순서대로 나열해 그린 것이 아니다. 주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사용하는데, 만화가가 사전에 계획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네 칸 중 어디에서 반전을 꾀하는지, 결론에 이르기 위해 어떤 결정적 장면들을 앞서 배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림과 함께 말풍선과 같이 언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과 그 비율을 조절하는 기술을 배우기에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온라인 콘텐츠 글쓰기를 위한 마지막 조언은 독자를 배려한 콘텐츠를 만들라는 것이다. 지면이 아닌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나의 글을 읽을 독자를 떠올려 보자. 등하교, 또는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또는 일상 중 짬을 내어 글을 만나는 독자에게 어떤 문장과 문단이 편하게 느껴질까? 즉 독자가 글을 읽을 환경과 상황까지 고려한 친절한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언제, 어디에서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되려면 일단 문장이 간결해야 좋다. 간결한 문장은 전하려는 생각과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힘이 있다. 문장 구조가 짧고 단순할수록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설명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면 한 문장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보다는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주는 편이 낫다.
그리고 ‘말을 하듯이’ 쓴 문장이라면 독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읽는 글이 아닌 들리는 글을 써야 하는 방송 대본 역시 ‘구어체(口語體)’를 주로 사용한다. 일상에서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떠올려 보자.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보다는 우리말을 쓰며,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면 좋다.
온라인은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자들의 소극적인 의사 표시라 할 수 있는 조회수부터 내 글에 대한 구독 여부, 더욱 적극적인 의견을 담은 댓글까지 독자와의 소통은 온라인 글쓰기의 매력 중 하나다. 실제 나는 『망한 글 심폐소생술』 책을 출간하기 전, 이런 특징을 십분 활용하기도 했다. 특정 에피소드를 책에 싣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면 우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글이 공개되면 독자들은 읽고 난 후의 감상평을 솔직하게 남겨주었다. 이 중 좋은 의견을 준 댓글들을 참고하여 수정 방향을 잡았고 고친 원고는 책에 실었다. 온라인 글쓰기가 오프라인의 글쓰기를 더 단단하게 해 준 셈이다.
얼마 전 글쓰기 강연이 끝나고 한 청중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작가님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저에게 글쓰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입니다. 그리고 그 놀이를 가장 자유롭고 신명 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블로그와 SNS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하루빨리 세상에 공개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은 예비 작가라면, 온라인 공간이 경계 없는 놀이터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