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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미 Aug 11. 2020

강의안 작성, 이렇게 하면 쉽다

방송 글쓰기에서 배워요!

방송작가 시절 후배들과 귀한 만남을 가졌다. 늘 그립지만 다른 지역에 살거나 하는 일이 바빠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려운 이들이었다. 20대에 만나 이제는 모임의 막내마저 40대가 되었다. 긴 세월 동안 만나도 지겹기는커녕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반갑고 애틋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전하는 것이지만 항상 그 끝은 방송작가 시절의 무용담으로 마무리되었다. 갑자기 편성된 방송을 준비하느라 3일 동안 잠 한 토막 잘 수 없었던 일, 라디오 좌담 프로그램에서 방송 직전 출연자 펑크로 울면서 섭외 전화를 돌렸던 일,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데일리 방송을 준비하느라 제일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던 일까지.


하나같이 다시 돌아가서 하라면 절대 되풀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시절의 고단함이 되살아나서 몸서리를 쳤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결말은 훈훈했다. 그때의 경험이 다들 지금 하는 일에서 자신에게 큰 밑천이 된다는 것이었다.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다시 교대에 진학해 초등학교 교사가 된 후배와 중고생을 위한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는 후배, 그리고 인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는 나에게 방송 글쓰기의 기술은 같은 맥락의 도움을 주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수업들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어야 했던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나마 우리 셋은 중심을 잡고 꽤 쓸만한 콘텐츠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오히려 다른 교사나 강사들보다 재미있고 전달력 있는 온라인 강의를 만들 수 있어 교육 현장의 위기라 불리던 이 시기에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했다.      


강의 대상과 환경 등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준비하며 방송 제작 과정의 전략들과 대본 쓰기의 특징을 살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직 방송작가들이 꼽은 온라인 강의 스킬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온라인 강의의 전체 구조를 먼저 세우고 도입 부분을 신경 쓴다.


방송을 만들 때 제작진들은 기획 단계부터 구성안이란 것을 쓴다. '구성안'이란 한 편의 방송 안에 들어가는 줄거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얼개를 정리한 계획표다. 구성안은 기본적으로 처음, 중간, 끝 혹은 서론, 본론, 결론의 3단 구성을 따른다. 이때 방송작가들이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공을 들이는 부분이 도입부라 할 수 있다. 방송 용어로는 ‘프롤로그(Prologe)’ 혹은 ‘오프닝(Opening)’이라고 부른다. 방송의 전체 비중으로 본다면 십 분의 일 이하로 적은 분량이지만, 프로그램의 첫인상이기도 하고 시청자가 이 방송을 계속 보거나 들을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온라인 강의안 작성에서도 방송 구조 세우기의 기술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두, 세 시간 연달아 강의를 진행하는 데에 문제가 없던 강사들도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면 헤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미리 구조를 탄탄하게 세워두면 꼭 전해야 할 내용을 빠뜨리거나 할 이야기가 없어 당황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먼저 온라인 강의의 도입부에서는 오늘 강의할 주제나 흐름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해주는 것이 좋다. 온라인 강의는 면대면 강의보다 수강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 역시 길을 잃지 않도록 미리 지도나 목차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좀 더 나아가 강의 내내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호기심을 끄는 질문이나 흥미를 자극하는 사례를 도입부에서 먼저 제시하고 이 강의를 다 들으면 그 대답이나 비밀을 알 수 있다는 식의 전개를 이어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강의가 본론으로 들어가 주요 내용을 전달할 때도 항목을 구분하여 주요한 내용부터 순서대로 배치한다. 특히 많은 내용을 전개해야 할 때 본문은 역피라미드식 구성을 추천한다. 역피라미드 구성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먼저 제시한 후 이에 대해 풀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수강생들의 주의력을 높이고, 강사 역시 강의 도중 헤맬 수 있는 만약의 상황을 방지해준다.      


온라인 강의를 위해 구성안을 미리 짜 놓으면 좋다.

동료 강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나조차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는 시간에 쫓겨 마무리를 급하게 하는 것이 느껴질 때다. 강의를 시작하는 부분만큼 끝맺음하는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날 배운 것을 꼭 요약정리해주고 시간이 남는다면, 다음 챕터에서 배울 내용을 예고해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온라인 강의의 한계 상 언급하지 못했거나 학생들이 보충해서 공부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마무리 단계에서 언급해주면 된다.                    



둘째, 온라인 강의안은 시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대로 강의 내용을 3단 구조로 세울 때 미리 체크해야 하는 것이 강의 시간이다. 온라인 강의는 녹화 방법에 따라 실시간 강의와 녹화 강의로 나눌 수 있다. 녹화 강의는 수업할 내용을 녹화한 후 편집을 통해 시간 조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 강의는 방송으로 치면 생방송과 같아서 약속한 시간 안에 전달해야 할 내용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강의를 녹화하는 경우에도 편집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서는 방송될 시간과 실제 강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때 활용하면 좋은 것이 방송 제작 시 사용하는 '큐시트(Cue Sheet)'이다. 큐시트는 한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주요 순서를 간결하게 정리해 놓은 방송 진행표이다. 방송 제작 시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이 한 장의 큐시트에 따라 일괄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큐시트는 스태프와의 약속된 방송 용어나 약어로 작성되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항목으로 제시되는 것이 시간이다. 방송에서는 주로 ‘분’ 또는 ‘초’ 단위까지 세밀하게 구분하여 제시간에 준비된 내용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아래는 방송 큐시트를 활용하여 온라인 강의를 위한 큐시트를 작성해 본 예이다.      

강의 순서와 시간을 배분한 계획표인 큐시트를 짜 본다.


셋째, 온라인 강의에서는 영상, 즉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동료 강사들 중 일부는 오프라인 강의 때 사용하던 PPT를 그대로 온라인에서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강의를 기획할 때부터 수강생들이 어떤 학습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것인가를 미리 체크하고 이에 맞게 콘텐츠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강의 장소나 교실의 규모, 학생들의 자석 배치 등을 고려해야 하듯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PC나 모바일 등 저마다 수업을 듣는 방식이 다르고 집에서 들을 수도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등 이동을 하며 강의를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 강의보다 집중력이나 이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보다 쉽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에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표, 그림, 도형, 사진 등을 사용하여 한눈에 내용을 알아볼 수 있게 시각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중간에 끊었다가 다시 듣더라도 순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매장마다 친절한 소제목을 제시하고 전체 흐름 중 어디쯤인지 위치를 알려주도록 한다.      


실제 방송 대본을 작성할 때도 영상을 우선시하는 글쓰기를 하는데, 예를 들면 대본을 반으로 접어 비디오 부분과 오디오 부분을 구분하여 작성한다. 그리고 비디오 부분에는 영상에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동작이나 배경 등으로 서술하고, 오디오 부분은 음향이나 내레이션을 기입한다. 이러한 방송 대본 작성법을 활용하여 온라인 강의안을 미리 만들어 연습하면 실시간 온라인 강의라 하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온라인 강의를 맡게 되었을 때 아래와 같이 화면, 즉 비디오로는 어떤 내용을 제시하고 오디오로는 어떤 멘트를 할 것인지 미리 써둔 후 연습을 거듭했고 첫 강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온라인 강의를 처음 한다면 영상과 오디오를 구분한 대본을 미리 작성해보면 좋다.


늘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이 콘텐츠를 누가 볼지 혹은 언제, 어디에서 볼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해야 하며,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을 맞닥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송 준비와 온라인 강의 준비는 참 많이 닮아 있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친절한 글쓰기를 추구하는 방송 제작 현장의 노하우가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당신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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