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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미 Feb 18. 2019

평범한 이야기도 드라마틱하게 쓰기

개인의 사례로 보편의 가치를 전달하라!


우리는 누구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사연 없는 인생은 없고, 직접 겪은 경험들을 풀어놓자면 전집 분량이 되고도 남음 직하다. 그러나 방송작가들에게 인생사를  들려준다고 선뜻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소재로 삼지 않는다.


왜일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치게 구구절절해서 화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거나 너무 사적인 체험이라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말이야”나 “우리 때는”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문장을 듣고 꾸벅꾸벅 졸거나 지루해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다. 그럴 때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핵심만 말씀하시라고요’.    


<새>, <이창>, <사이코> 등의 영화에서 탁월한 스토리텔링 감각을 선보였던 서스펜스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말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그럴듯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부해서는 안 된다. 영화란, 사람의 인생에서 재미없는 부분을 뺀 것이다”


이 말을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 적용해도 다르지 않다.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는 일이 본인에게는 뜻깊고,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어서 무엇 하나 버릴 게 없겠지만, 작가의 눈으로 보면 대부분 그렇고 그런 개인사일 뿐이다.


책의 지면이나 방송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독자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특별한 소재가 필요하지만, 눈길을 모은 후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서는 극적인 상황, 즉 핵심 갈등을 함축시켜 표현해야 한다.      


그럼, 갈등은 어떻게 만들까?”


내가 전하려는 이야기의 주요 인물들을 먼저 정하는데 이때 특성이나 성격을 정하고, 인물 간 관계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청렴결백한 성격을 가진 이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주인공의 적대자가 될 인물의 성격은 출세지향형이거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면면을 보여줘야 한다.


이후, 이런 성격들이 서로 맞붙게 되는 장, 다시 말해 사건들을 배치해야 한다. 그 속에서 갈등이 만들어진다. 갈등의 폭은 작은 갈등과 큰 갈등을 적절히 배치해 긴장감이 커지고 줄어듦을 반복한다. 중간에는 여유를 느끼며 독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구간도 필요하다.       


특별한 개인을 선정해, 그에게 닥친 크고 작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서술하다 보면 작가가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가 서서히 드러난다.


주제는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명확히 해두면 좋다.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지향점이 뚜렷해 흔들리지 않게 되고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미 결말까지 그릴 수 있다. 간혹, 특이한 소재에 끌려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주제가 명확하지 않아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가 거듭 바뀌거나 결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는 사례가 있다.     


주제는 보편적일수록 좋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권선징악처럼 교훈적이거나 계몽적이어야 한다는 말과는 다르다. 모든 이들에게 공통되거나 드러 맞는 삶의 중요한 문제나 사상, 감정이 주제가 될 수 있다.


청소년 독자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에서 모범생의 삶을 다룬 이야기보다, 기존 제도나 편견에 반항하는 인물을 내세워 도전과 저항을 주제로 품고 있는 작품에 우리는 더 끌린다. 누구나 어른이나 세상에 맞서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와 다른 세대의 이야기라도 마치 자신의 과거를 돌려보듯 몰입한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도 개별적 이야기로 보편적 주제를 다루는 좋은 사례다. 역사극이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대부분 사료에 간략하게 서술된 경우가 많다. 작가나 연출가들은 한 줄의 정보에 주목한 후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물에 관한 설정이나 주변 사건들을 확장시키고 견고하게 만든다.     


성공한 역사극들을 떠올려보면,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현재로 소환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민과 욕구를 담았다를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 작품들의 주제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과거에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완벽한 성품을 지녔고 시련 앞에서도 흔들림 없던 지도자로 그렸지만, 최근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지 매 순간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재현하는 작품들이 나타났다.     


작가는 작품의 주인공이 역사적 인물이든, 우리네 이웃이든 그의 삶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이 감정을 이입할 부분이 무엇인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사연이나 갈등을 소재로 삼고 구체적인 사례로 표현을 하되, 주제는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한 사람의 인생사나 경험을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이 물음에 답해보자.


읽는 이가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에 교감할 수 있는가. 나아가 독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가. 만약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그 사람의 일상을 모두 기록할 필요는 없다. 독자나 시청자가 주인공의 삶에 자신을 빗대어 동일시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극적인 주요 사건들만 제시하면 된다.     


다만, 개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쓸 때 피해야 할 일이 있다. 이야기 속 인물을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작가가 숨을 고르며 작품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가야 한다. 주제나 창작자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 작품을 읽던 사람들은 주인공의 삶에 거리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니 당신 작품 속 인물들을 ‘너무 먼 당신’으로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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