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스토리텔러의 가치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지 마라!

by 김주미


지난 주말, 제자에게 전화가 왔다.

일년 전, 내 강의를 들은 후 방송작가가 되고싶다고 용기내서 서울행을 감행한 제자였다.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구성작가과정을 수료하고 한 프로덕션에 자료조사로 취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침방송의 외주제작사였던 이 프로덕션은 이상하게 작가 교체가 많더란다. 제자와 함께 일하던 메인작가와 서브작가도 갑자기 그만두어 자신이 자료조사에서 섭외, 원고까지 쓰게 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제자가 사실상 구성작가 역할을 하면서도 페이는 자료조사비만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본을 직접 쓸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와서 좋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못해 여기서 계속 일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망설임없이 그만두라고 말했다.


제자들과 장래에 대한 상담을 할 때, 가급적이면 난 내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가장 큰 고민이 뭔지 질문하고, 고민하는 문제의 본질을 차근차근 짚어가다보면 대부분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있지만 확신이나 용기가 없을 때 나를 찾아오기에 난 그저 자신이 그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해주면 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다르다.

내가 방송 현업에 있을 때 페이는 안줘도 좋으니 자료조사라도 시켜달라는 지망생들이 종종 있었다. 그럼 난 단호하게 혼을 내서 쫓아버렸다.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방송국을 아카데미나 학교로 착각하는 후배라면 같이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일을 하고 싶은 열정에 그런 말을 했으리란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일의 출발점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야 방송일에 대한 동경이 애증으로 바뀌지 않고, 오래도록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남을 수 있다.


능력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은가?

그럼 자신이 스토리텔러로서 자격을 갖추려 노력하는 것만큼, 스토리텔러로서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일터와 동료를 만나려는 노력과 기다림 또한 필요하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 그리고 후배들에게 당부한다.

-구성원들이 자주 바뀌는 조직엔 들어가지 마라.

-지금이 아닌, 나중에 보상하겠다고 약속하는 상사를 믿지마라.

-마지막으로, 나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과 당신의 미래를 공유하지 마라.


대중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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