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의 비밀

과거를 되살리는 힘

by 김주미


최근 방송에서도 섭외 1순위였던 유명 한국사 강사가 구설수에 올랐다. 민족대표 33인을 보는 비판적 사관이 문제가 된 것인데, 논란은 단정적 주장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데서 온 것으로 보인다.


방송 스토리텔링 분야에서도 역사를 소재로 다룰 때 이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특히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어떠한 사료를 바탕으로 방송을 기획, 구성할 것인가는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


역사 다큐멘터리가 과거의 기록들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기존의 관점을 알려주는 것에 그친다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없다. 과거를 재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설득적 스토리텔링이 무엇보다 필요한 장르가 역사 다큐멘터리이고, 보는 이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논증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하는 것이다.


방송 제작 단계는 크게 기획 및 구성을 하는 사전작업,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는 본작업, 편집과 더빙 등 마무리를 하는 사후작업으로 나뉜다. 역사 다큐멘터리 사전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앞서 얘기했듯, 소재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기획하여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를 모으는 과정이다. 이때 작가는 역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원 못지 않게 많은 논문을 읽게 되고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듣게 된다.


다음으로, 역사 다큐멘터리 본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어떻게 영상화할 것인가?'이다. 사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인터뷰해 줄 전문가를 확보했다고 해도 그들만으로 방송을 만들 수 없다. 이른바 '영상 스토리텔링'의 과정이 필요하고 제작진들의 상상력을 가장 꽃피울 수 있는 단계이다.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과거를 재연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대표적으로 드라마로 역사의 한 시점을 연출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 상상 속 모습을 되살리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특정 인물 간 갈등이나 권력 관계, 개인적 사연을 보여주려할 때는 드라마로, 특정 건물이나 전쟁 상황과 같은 시공간을 보여주고 싶을 때는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 사용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작가나 제작진이 잊지 말아야할 점은 현재의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지나간 역사를 상상력으로 재연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그럴 듯해 보이는 리얼리티 역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사후작업에서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 그동안 촬영한 내용들을 편집하고 대본을 작성하여 더빙 및 자막 작업을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방송작가는 다음의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우리가 다루는 역사가 현재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애써 만들고 또한 시청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모든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필자가 항상 다짐하는 바가 있다.


가장 개별적인 이야기로 가장 보편적인 메세지를 전하자!


역사 다큐멘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개별적인 역사적 소재를 발굴하여 새로운 관점을 전하되, 현재를 사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들을 재구성하고 이야기들을 재배열하는 편집과 원고작성 과정에서 확고해진다. 여기에 신뢰를 주는 목소리의 나레이터와 자막까지 더해진다면 스토리텔링 과정이 비로소 마무리된다.


역사 다큐멘터리의 스토리텔링은 이렇듯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가장 주관적이고, 가장 논리적이면서도 가장 창의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방송작가로서 나는 오늘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그러나 매혹적인 역사 다큐멘터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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