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FM에서 만난 스토리텔링의 미래
지난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AFM(American Film Market)이 열렸다.
AFM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산업 행사로, 매년 글로벌 영상 산업 전문가들이 모여 콘퍼런스와 시사회, 네트워킹 행사 등을 진행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19의 여파로 올해는 전면 온라인 개최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영화를 소개하고, 더 쉽게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5일 동안 7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온 7,000명 이상의 영상 전문가들이 자신의 창작품을 발표하거나 콘퍼런스와 워크숍, 토론회 등을 가지며 화면으로 뜨겁게 소통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영상 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온라인에서 만난 영화와 방송 관계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국의 팬데믹 상황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영화계 전문가들은 백신이 어서 나와 사람들이 다시 영화관으로 향하고 극장가가 활기를 찾게 될 그 날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도 영화계를 드리우는 이 먹구름이 전혀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언젠가 맞이해야 할 트렌드를 팬데믹 상황이 가속화시켰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이 말하는 트렌드는 바로 ‘스트리밍’ 분야의 도약이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주로 소리(음악)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전송하고 재생하는 방식의 하나이다. (OTT 플랫폼에서 영상을 보는 이용자들은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거나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하고 ‘재생’한다!) 영상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극장 산업은 곧 다른 플랫폼의 도전에 직면할 상황이었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방송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세계 미디어 시장의 1/3을 차지한다는 미국에서 최근 주목하는 현상은 ‘코드커팅(Cord-cutting)'이다. 코드커팅은 유료 방송 가입자가 해당 서비스를 해지하고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the-top)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 등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2018년에 코드커팅을 선택한 사용자는 3300만 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450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기업들은 이미 합병이나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OT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활약과 더불어 지난해에는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 플러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 자리를 선점했고, 올해 HBO맥스와 피콕 등도 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디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들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 또는 디지털 상영을 통해 영상을 보는 방식이 극장이나 TV에서 작품을 만나는 행위를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 어서 끝나 영화관에서 완벽히 작품에 몰입하는 순간이 오기를 꿈꾸고 가족, 지인들과 둘러앉아 TV로 스포츠 생중계를 보며 함께 환호할 순간을 희망한다. 하지만 스트리밍 문화는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를 만나 더 빠르고 거센 파도가 되어 사람들의 일상을 덮쳤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약은 더이상 미디어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내보이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지금이라도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열렸음을 환영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2020 AFM에서 온라인으로 만난 영상 전문가들은 오프라인에서 열린 과거의 행사 때보다 더 치열하고 생동감 있는 소통으로 미디어와 스토리텔링의 미래를 논했다. 또한 온라인으로 자신의 작품이 처음 공개되는 상황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즐겼다. 그야말로 '스트리밍(streaming)'에 몸을 맡겼기에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