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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본다면

공간과 장소를 언어로 옮기기

by 김주미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1988년에 그린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


혹시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나요?

그림체가 어딘지 익숙하다고요? 맞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Seascape near les Saintes-Maries-de-la-Mer)’이라는 작품입니다. 고흐가 정신질환 치료차 프랑스 남부 아를 지역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죠. 생트마리드라메르는 아를 지역에 인접한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고흐는 자주 해가 뜨는 시각, 해변에 나가 생동하는 바다와 어선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고 해요.


해바라기 그림이나 자화상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고흐는 바다도 퍽 사랑했기에 생트 마리 연작으로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해안가에서 바라본 지중해의 풍경과 파도의 역동성을 캔버스에 옮기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마음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지중해의 물빛은 마치 고등어 같아. 초록빛인지 보랏빛인지 또 푸른빛인지 잘 알 수 없어. 불과 몇 초 사이 반짝이는 물결이 분홍 또는 회색의 색조를 흉내내기 때문이지.”


고흐가 보낸 편지 속 구절을 읽었을 때 저는 놀랐습니다. 그전까진 ‘바다의 색’을 떠올리며 한 번도 ‘고등어 같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놀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등어의 색이란, 어디서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습니다. 다음으론 고흐 말대로 바다가 한, 두 가지 색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바다색’은 푸른색이나 옥빛이라고 묘사했던 과거의 제 글들이 떠올라 ‘아차’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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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방송작가, 현재는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살며 읽고 쓰는 자유를 누린다. <망한 글 심폐소생술>,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 <OTT 보는 청소년 괜찮을까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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