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을 걷다, 해가 지는 시간
무더운 여름 한낮을 지나고 나면
저녁의 바람은 조금 선선해진다.
8월의 어느 저녁,
나는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해가 지기 전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강물 위로 비친 햇살이 반짝이며
하루의 끝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걷기 시작할 무렵
해는 아직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주황빛과 보랏빛이 섞인 하늘은
그 자체로 한 장의 그림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과
강 위에 잔잔히 퍼지는 물결이 어우러져
이 순간만큼은
발걸음마저 천천히 옮기고 싶어졌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하늘이 어두워지자
강변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강물 위에는 은은한 빛이 흘렀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자전거 바퀴가 스치는 소리만이
잔잔하게 공간을 채웠다.
낮의 활기가 사라지고
고요함이 내려앉자
마음도 함께 가라앉았다.
이날은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걸었다.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인지,
걷는 일이 그저 좋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집 근처 카페에 들러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시원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는 순간
땀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고소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그날의 산책을 조용히 마무리해 주었다.
8월의 저녁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해가 지기 전의 노을과
해가 진 뒤의 고요한 강변,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라떼 한 잔까지.
작은 산책 하나가
이렇게 충분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저녁에서야 알게 되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춰보면
같은 길도 전혀 다른 풍경을 건넨다.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은 힐링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