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오르며 수없이 생각했다.
‘이쯤이면 됐다.’
‘이제 돌아가도 되겠지?’
그때 이정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1km.
되돌아가려면 1.7km.
돌아갈까, 아니면 조금만 더 가볼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남편이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끝까지 가보자.”
“오늘따라 잘 걷는다”는 말과 함께
그 한마디가 등을 살짝 밀어주었다.
발걸음은 다시 앞으로 향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된다.
드디어 목표로 삼았던 지점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게도 ‘정상에 올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곳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내가 ‘드디어 왔다’고 생각한 순간,
인생은 말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시작이라고.
만약 그 길을 혼자 걸었다면
아마 중간에서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였기에
대화하며 웃고,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길은 덜 가파르게 느껴졌고
시간은 조금 더 빠르게 흘렀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
길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그날의 길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도착이란 완성이 아니라
연결의 시작이라는 것을.
정상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향한 방향이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도착지가 아니라
다음을 향한 첫걸음이다.
인생에는 수많은 길이 있고
그중 어떤 길은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따뜻하고, 더 단단해진다.
오늘의 여정이 끝이 아니라
다음 길로 이어지는 시작이 되기를.
그리고 그 길마다
좋은 동행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