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내 편은 아니네”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by 나와뜨리들

일요일 오후,

남편과 함께 이른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은 주말 동안 다녀온

고향 중학교 동기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모임에 가기 전,

조금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출발하기로 했고

만난 장소는

중학교 동창은 아니지만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네 친구의 농장 앞마당이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앞마당에 쌓인 물건과 쓰레기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고,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워낙 친한 사이라 생각해

장난처럼 한마디를 던졌다고 했다.


“이 물건도 좀 치워라.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가볍게 웃고 넘길 줄 알았던 말에

친구는 갑자기 화를 냈다고 한다.


남편도 예상치 못한 반응에

순간 마음이 상했다.


‘이 정도 말도 못 하나?’


그렇게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남편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고 했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는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친하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힘들게 일하고 있는 상황에선

그 말이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아.”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친구한테 그 말도 못 해?”

“친구라도 선은 지켜야지.”


그 말이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흘렀고

부엌 공기는 금세 차가워졌다.


“당신도 내 편은 아니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미 뱉은 말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릇 하나가 깨진 것처럼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괜히 남편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고기는 역시 당신이 제일 잘 구워.”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 후에야

우리는 그렇게

무사히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날 알게 되었다.

남편이 원했던 건

정답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였다는 것을.


상대의 말속에 담긴 감정을

그때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상처를 먼저 헤아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질 줄 아는 마음이

어쩌면 더 깊은 성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저녁은

그 사실을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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