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던 엄마의 말, 꽃을 좋아하게 된 나이

by 나와뜨리들

아직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다.

스무 살 무렵,

타지로 시험을 보러 갔던 날이었다.


부모님은 직접 운전을 해

나와 함께 그 길을 다녀오셨다.

국도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길.


가을빛이 물들고

울긋불긋한 단풍 사이로

들꽃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나는

피로에 지쳐 뒷좌석에 길게 누워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문득 창밖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기 좀 봐. 꽃들이 참 예쁘다.”


그리고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그때의 나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걸 보고 왜 저렇게 즐거우실까?'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너도 나이가 들면

꽃이 좋아질 때가 있을 거야.”


그 말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중년이 되고 보니 정말 꽃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카톡 프로필에

꽃 사진만 가득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괜히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꽃을 찍고,

그 사진을 남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또 하나,

조용한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시들던 화초들이

이제는 제법 잘 자란다.


물을 너무 많이 주지도,

너무 모자라게 두지도 않으면서

빛을 살피고 계절을 헤아리게 되었다.


아마도

생명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자란 탓일 것이다.


이제는 인정한다.

나는 꽃을 사랑하는 나이가 되었고,

생명을 지켜내는 쪽으로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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