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의 헬스장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솔직하다

by 나와뜨리들

평일 오전,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헬스장에 갔다.


늘 퇴근 후 사람들로 붐비던 공간은

놀랍게도 텅 비어 있었다.

트레드밀 위에는 내 발소리만 남아 있었고

거울 속에는 땀을 흘리는 내 모습만 비추었다.


처음엔 이상하리만큼 설렜다.

이런 고요 속에서 운동을 하다니.

기구를 기다릴 필요도,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헬스장이 잠시 나만의 공간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묘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이래도 될까.

다른 사람들은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나는 이렇게 운동을 해도 괜찮은 걸까.


몸은 가벼운데

마음은 이유 없이 무거워졌다.


해야 할 일을 미뤄둔 사람처럼,

남들이 달리는 동안

잠시 멈춰 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감정은 단순한 죄책감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멈춘다’는 행위 자체를

불안하게 여기는 데 익숙해졌다.

남들이 일할 때 쉬는 일은

게으름이 아니라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나를 돌보는 시간 앞에서도

남들과 다르게 사는 건 아닐까

괜히 스스로를 의심한다.


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여유가

삶을 더 오래 달리게 해주는

숨 고르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여유를 죄책감으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고,

누군가는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을 다독인다.


삶은 누구나

같은 속도로 달릴 필요가 없으니까.


오늘의 휴식이

내일의 에너지가 된다면,

그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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