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보다, 내가 본 장면을 믿기로 했다

by 나와뜨리들

지난 출장길에 예상치 못한 얼굴을 다시 마주했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분이었다.

직접적인 사건이 있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딘가 늘 어색하게 거리를 두고 지내던 분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떠올려 보니

나와 업무적으로 크게 부딪혔던 한 사람과

그분이 아주 가까웠다는 사실이 먼저 떠올랐다.


업무 스타일이 전혀 달라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고,

그 기억은 자연스럽게 경계심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출장길 버스에서

우리는 나란히 앉게 되었다.

가벼운 안부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경력도 많고 사회생활에 능숙한 분이라

대화는 부드럽게 흘러갔지만,

내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의 입을 통해

다시 전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고르게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분을 예전이 아니라

오늘 처음 만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여유롭고 단정한 태도에

조금은 마음을 열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그분은 나에게 특별히 해를 끼친 적도 없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굳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아도 되는 사이지만

내가 그분을 오래 경계해 온 이유는 분명했다.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직장에서나 흔히 들을 법한 말들로 좋게 들릴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거리 두기’가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말들이

모두 진실이었을까.

나는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닌

누군가의 말에 덧칠된 단면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결국 내 선입견이

그분의 허상을 만들어낸 셈이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잘 지내세요”라는

담담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오해를 풀 만큼 가까워지지도 않았고,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본모습으로 그분을 기억하려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내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볼 줄 아는

그런 어른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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