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멈춰 섰고, 나는 아직 서 있었다

by 나와뜨리들

오랜만에 편두통이 찾아왔다.

혈관이 박동하듯 스칠 때마다

온몸이 움찔할 만큼 통증이 올라왔다.

오심과 어지럼증이 함께 따라왔다.


지나간 월요일은 유난히 길었다.

직장에서 할 일이 많았고,

퇴근 무렵에는

조카가 눈을 다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동생 대신 조카를 데리고 안과에 다녀왔고,

큰 이상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독감 예방접종도 마쳤다.


이틀 뒤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

예약해 둔 미용실에도 들렀다.

아침 일곱 시 반에 집을 나서

밤 아홉 시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하루를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매년 맞는 예방접종이었고,

하루쯤 무리한 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화요일 오후부터

머리 한쪽이 천천히 조여 왔다.

진통제를 먹고도

통증은 밤새 가라앉지 않았다.


수요일 아침,

진통제 한 통을 가방에 넣고

출장길에 올랐다.

아프다는 기색을 숨기는 일이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과 육아, 집안일이 겹쳐

늘 지쳐 있었다.

그때도 편두통은 잦았지만

젊었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금의 나는

내가 얼마나 예민한지,

얼마나 긴장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지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번 두통은 찾아왔다.


미뤄도 될 일까지

그날 안에 끝내려 했고,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너무 쉽게 건넸다.


몸은 이미

몇 번이나 신호를 보냈을 텐데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알아차리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편두통이

경고인지,

지나가는 증상인지,

아니면 그저 피로의 다른 이름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몸이 먼저 멈춰 서 있었고,

나는 그제야

그 자리에 함께 서 있었다.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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