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할 카드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멤버십 카드 할인을 받으려고 카드 한 장을 꺼내다가 그 안에 들어 있던 나머지 카드가 열린 지갑 속에서 다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2,500원짜리 물건 하나 사면서 카드 수십 장을 다시 집어 들어야 하는, 혹은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얼굴을 상상하라면서 집는 나는...

잘 넣어두고 기억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내릴 때가 되면 카드를 어디에 넣었는지 몰라서 일어나서는 이 주머니 위아래 위아래 뒤지다가 그냥 내릴 때가 있었다. 찍지를 못했으니 요금이 크다. 100원 할인받겠다고 그런 수고를 애쓰다가 2,500원을 한 번 쓰고 마는 이상한 저녁 풍경. 그래도 가는 버스를 세워서 다시 탈 때 찍은 카드를 찍어주는 센스를 발휘했으니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아침에 더 큰 돈 나갈 뻔했다.

머리 쓰지 말자.
독거노인들 점심값 마련을 위한 기금 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모금함에 그 돈 넣어주기라도 했다면...

돌아보니 일을 미리 준비하는 삶의 태도보다는 그때 그때 닥쳐서야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는 일에 바빴다. 그러한 몰림이 좋은 생각 혹은 아이디어를 불러 일으킨다는 착각 속에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미리 준비하고 약속이 되었든 해야 할 것이 있거든 미리 준비하고 일을 해나가는 태도가 더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