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베풀고 살아야 할 이유
상대에게 베풀고 가면 내 속의 문제 조건이 없어진다.
상대를 보고 나의 것을 끌고 가라.
외근을 많이 하는 나는 내가 일하는 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보다는 내가 상대가 일하는 곳 근처로 더 많이 간다. 그러다 보니 점심 때나 혹은 오후 시간대 사무실 밖에서라도 보면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일이 종조 생긴다. 그때마다 멀리까지 오셨는데 밥값을 내겠다고 하신다, 그러면 커피는 제가 사겠다고 하면서 양보(?)를 한다. 그런데 그것마저 놔두시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다 보면 내가 사는 일이 아무래도 상대보다 덜 하게 된다. 그렇다고 카운터 앞에서 팔목 잡고 실랑이할 일은 아니라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은 그렇게 대접할 수 있을 때 부족함 없이 대접하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 편안하게 가게 하는 일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속시키고 넓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없는 돈 들여서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마음이 아닌가. 좋은 일에는 축하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보내고 위로해줄 일에는 위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다면 참 따뜻한 만남이 될 거이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내게로 오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렇게 구분하는 마음조차 못났지만 적어도 그런 마음은 갖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품는다.
항시 뭔가 생기면 의식적으로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내 속만 차리지 않고 상대의 빈 속도 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게 아니라 없는 가운데서도 자기 몫의 일부를 내놓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사람 살만한 세상이다,라고 말을 한다.
받기만 하는 사람으로서 살기보다는, 줄 수 있는 마음으로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삶의 다른 길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삶에 가장 불편한 말은 '언젠가'이다.
대학 휴학 중에 해외 연수 갈 일이 생겼다. 연수비를 주최 측이 반을 부담하고 반을 내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 조차도 내게는 무리였다. 어머니에게 반의 반을 말씀드렸고 나머지 반을 내가 마련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아는 형님에게 부탁을 해서 그 돈을 채웠다. 회사를 다니면서 조금씩 갚았는데 그 돈을 다 마무리 짓지 못했다. 언젠가는 뵙고 나머지도 돌려드려야지, 하는데 그게 벌써 몇 년이다.
진즉 해결했어야 할 일이다. 베풀어 준 마음에 감사하는 것은 그 문제를 매듭짓는 일이다. 베풀고 사는 일은 내가 어려운 가운데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하나 더 가질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