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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Nov 12. 2018

거절을 두려워하지 마라

일이 완성되는 것과 망하는 것의 차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할 수 있게 하는 것,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상대로 하여금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게 할까? 


첫 번째부탁을 들어주는 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데 상응하는 물질적인 보상이 따라주면 사람이 움직인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전에 충분히 부탁을 들어줄 만큼의 관계를 맺었거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의 마음과 삶의 방식에 달려 있다. 혹은 거절을 할 줄 모르는 착한 사람이 부탁을 들어준다.


일을 하면서 명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꼭 일에 끝나야 알게 된다. 


말로 해주기로 한 것은 문서상에 기록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오피스텔 분양전단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해당 업체 회장님은 우리에게 계약금이 들어오면 작업비용을 주겠다고 했다. 믿음을 주기 위해 전체 금액의 10분의 2를 줬다. 그러한 태도와 그의 말을 듣고 일을 해주었지만 결국 그 돈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다른 업체가 그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고 그 일을 우리에게 넘긴 것이었다. 



거절은 냉정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거절하는 사람은 잘 산다. 


'일 끝나면 잘 쳐줄게'라는 말, 공수표는 안 받는 게 좋다. 그런데 '노니 한다'라고 한 일은 차라리 노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이번에 일만 잘해줘, 다음에 두 배로 더 생각해 줄게'도 만만치 않은 공수표다. 이런 공수표가 경재제를 돌게 하지만 결국 경제를 좀 먹는 일이다. 공수표를 메꾸려고 하니 다른 데 들어갈 것을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한테 부탁받은 일이 하나 있다. 1년 전의 일이다. 아직 못 끝냈다. 얼마 전에 그 친구를 만났다. 부탁받은 일에 마음이 걸렸는데 그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처음 그 친구는 일을 하고 나면 들어간 비용을 주겠다고 했었다. 그 때문이 아니어도 해주려고 했다. 나도 몇 차례 작업을 했다. 반은 진행한 것 같다.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다 해서 나의 미지근한 태도를 돌이켜 반성하고 그 친구에게 때늦은 감동을 주고 마무리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싶다. 일단 내 할 일은 뒷북이라도 치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왜 못 끝내고 있는 걸까? 그 일을 우선순위에 올려두지 못한 걸까?


그림을 그리는 카피라이터에게 '고래 그림'을 부탁했다. 그에게 나는 그림을 그려주면, 비용을 주겠다고 했다. 나도, 그도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나의 부탁도 애매했고 그의 답변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래서는 일이 안 된다. 안 될 줄 알면서도 되겠지, 뭐 그런 막연함, 해주면 좋고 안 해줘도 뭐라고 할 거리가 없는 그런 이상한 일을 부탁한 것이다.



얼마 전에 원고 청탁을 메일로 받았다. 내가 써놓은 글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메일에는 원고에 대한 '고료'도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메일을 보내는 의뢰자가 누군지 알 수 있게 최소한의 정보도 메일에 포함되어 있다. 두 번의 메일로 일이 시작되고 일이 끝났다. 그건 그 간의 경험이 녹아 있는 시스템이다.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가?


일이 되는 것과 망하는 일의 차이는 일의 가치를 얼마나 공유하는 가에 달려 있다. 굳이 설득의 기술을 인용하지 않아도 부탁하는 일이, 상대로 하여금 그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가치를 키우고 성장의 기회를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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