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의 글에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 많다. 자신을 위해 글을 쓰지만 누군가에게 그의 문장은 삶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그의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붙든 흔적이 있는 문장은 잠시 눈길을 멈추게 한다. 한 번 읽어서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을 두 번 다시 읽으며 발견한다. 아, 이런 게 있었나 하면서 다시금 못 보고 지나친 혹은 생각 없이 읽어버리고 끝내 문장을 챙겨 본다.
"듣는다는 것은 귓속의 미로에서 소리가 사방으로 돌아다니게 허락하는 것이며,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거꾸로 그 길을 되돌아서 그 소리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다. 이 듣는다는 행위 말이다. 이는 당신이 각각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 당신의 고유한 언어로 그것을 번역하는 것, 당신이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게 당신의 우주에서 그 자리를 찾아 주는 것, 그리하여 그것이 당신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은 감각의 미로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맞아 주기 위해 손을 뻗는 것, 그것을 껴안고 그것과 섞이는 일이다. 즉 타인이 삶이 여행지라도 된다는 듯 그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284쪽,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