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윤웅 Nov 14. 2015

디자인의 재구성

고기판의 재활용

사람들의 능력은 같은 물건을 어떻게 쓰는 가에 달려 있다. 용도가 다 끝난 것들을 버리지 않고 나름대로 쓸 곳을 찾아서 갖다 놓는다. 시장통에서나 좁은 가게에서 쓰는 등받이 없는 원통의자를 버렸었다. 엉덩이 받침 부분이 밑으로 빠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옆 집에서 가져가서는 그 둥그런 원형의 홈에 화분을 얹혀 놓았다. 멋진 화분 받침대가 되었다. 다시 갖고 오고 싶었지만 어쩌랴. 


자전거보관대에 놓인 것도 아닌 자전거 한 대의 뒷자리가 녹이 스러보여서 이상했다. 뭐지, 밖에 오랫동안 세워놓아서 그런것인가 싶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니다. 고기굽픈 석쇠판이 아닌가. 오, 이런. 융합과 통섭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아닌가. 사람이 앉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니 얼마나 잘 견뎌낼지는 모르겠다. 기본 사이즈로 나오는 뒤의자받침대가 얼마나 튼튼하겠냐먄 이렇게 고기 굽는 석쇠를 얹혀놓았으니 엉덩이(?) 하나는 잘 익겠다. 


후배 하나는 국립공원이나 산에서 나오는 잔가지들을 모아서 나무장난감을 만든다. 개인이 임의대로 쓸 수 없는 나라의 재산이니 어떤 형태로 갖고 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사회적기업으로서 그같이 버려지는 것들, 혹은 용도를 찾지 못한 것들을 가져다가 유익한 곳에 쓰고 거기에서 나온 기금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이니 그같은 취지를 받아주어 일이 만들어진 것이라 본다. 

석쇠판으로 앉힌 자전거 뒷좌석


전봇대에 놓인 책상이 탐이 났다. 저거 가져다가 페인트칠 하고 헐렁한 곳 다시 드라이버로 조여주고 못질하면 깨끗하게 뭐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렇지만 당장 저것을 가져다가 칠하고 조이고 할 생각을 하니 선뜻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거 할려면 다시 하나 사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니 말이다. 지구환경 보호 한다고 말을 하고, 그같은 활동에 마음을 보내면서도 정작 실천하는 곳에는 마음을 보내지 않는다. 


디자인은 새로운 창조도 있지만 재활용과 재구성의 능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인 보행권과 유니버설 디자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