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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Oct 05. 2020

"반품해주세요!"

위로가 필요한 시간

며칠 고민했다. 브랜드 PC 매장도 몇 번을 갔다. 가격표를 보고, 인터넷 검색도 했다. 가격은 차이인데 안에 든 게 무슨 차이인지 알 수가 없다. CPU인 듯한데 그것 말고 또 뭔지. 하드디스크 용량과 메모리. 차이가 확 나는 것은 거대한 금액이다. 본체만 180만 원대에 이른다. 점이 있는데도 '일십백천만'... 을 속으로 세면서 가격을 따져봤다.


'어휴'


그 순간 매장 직원이 다가온다. 귀찮게 됐다. 가야 할 시간이다.


"도와드릴까요?"

"아뇨, 그냥 좀 보고 있습니다."


돌아서 나오는데 할인을 하고 뭐 하면 100만 원까지도 빠진다고 한다. 뭐가 그런 게 프로모션이? 카드도 만들고 멤버십도 가입하고 하면 된단다.


미루지 말고 필요한 때 사서 쓰는 게 내 원칙이다. 요즘 원칙이 안 지켜진다. 지키기가 어렵다. 경제 상황이 그렇고 경험이 그렇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산 게 두 어 번 쓰면 서랍 속에 들어가 있거나 원래의 자리에 있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 이어폰이 필요해서 봤다가 귀에서 계속 빠지는 통에 끼기가 어렵다. 지하철 안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빠져 집중에서 뭔가를 하기가 어렵다. 싼 게 비지떡인지 내 귀가 정상이 아닌 건지 아직 모르겠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하는데 필요한 디바이스를 샀다가 한 번 쓰지 않고 잠자고 있다. 한두 푼도 아니고. 사실 지금은 없어도 라이브 방송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것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은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기는 뭔 개뿔.


동영상 편집을 하려고 하니 기존 PC에서는 클라우드 버전을 쓰기 어렵다. 몇 개월 미루다가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기존 PC는 바이러스로 인해 포맷했다. 새로 PC를 구입하면 데이터를 옮겨야 하니 외장하드에 파일도 다 옮겼다.


브랜드 PC만 써온 내가 조립 PC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저렴한 가격에 고사양의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조립 PC의 명가로는 곳에 들어갔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차이점을 잘 구별하지 못하겠다. 답답하다. 직접 매장으로 갔다. 번호표를 뽑고 내 차례를 기다렸다. 구매 결정하고 거저 갈려면 3시 전에 결제를 해야 한다. 50분 정도 남았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3개 모델의 차이가 뭔지 알려달라고 했다. 이 사람 뭐지 하는 느낌이다. AS도 하면서 고객상담도 하고 있는 창구 직원은 건성건성이다. 다들 미리 인터넷으로 구매 신청하고 와서 물건만 받아가는 시스템이다. 바쁜 시간에 말을 거니 제대로 답을 받을 수 없다. 몇 마디 하고 일단 다시 매장 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보기로 시도했다. 다시 번호를 뽑았다. 다른 창구 직원이면 좋겠다 싶었다. 아까 그 사람 말고. 오케이. 다른 사람이다.


역시 다르다.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 싶은 느낌의 첫 멘트를 받았다. 차이가 뭔지 다시 물었다. 그리고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자꾸 튕겨나갔다. 장바구니로 들어가는 통로가 다르고 결제 결과 페이지를 보는 곳이 달랐다. 직원이 알려준 곳에서 다시 들어가 결제를 했다. 결제가 됐는지 알았는데 결제가 안됐다. 시간은 3시를 이미 넘었다.


"오늘 받을 수 있을까요?"

"5시에서 6시 사이에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카페에서 기다렸다. 5시 10분경에 매장으로 돌아왔다. 대기번호 화면에 내 이름이 없다. 6시가 다 되어간다. 내일 다시 와야 하는 생각이 들 때 창구 직원에 물었더니 이미 다 됐다는 것. 핸드폰 번호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자 알림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괜하게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제품 영수증을 받아 인수 창구로 갔다.


박스에 담긴 PC는 어떻게 잘 조립이 됐을까.


내가 생각했던 느낌의 PC가 아니다. 이런.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다.


'문제가 있거나 결함이 있으면 내일 아침 일찍 전화를 하셔서 이야기를 해주시면 바로 교환해드립니다.' 창구 직원의 말에 따라 반품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와이파이도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며 따질 생각이었다.  


"동글이라는 것을 사시면 됩니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문제 되는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외부장치를 사면 그 문제는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3만 원 정도 더 들이면 문제가 없다는 것.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매장 방문해서 교환이나 반품을 하라는 것.


'그래 좋다, 반품이다'


힘들게 구입한 것을 다시 반품하려니 뭐 하는 가 싶기도 하고 조립 PC를 반품하면 돈을 더 내야 하는 가 하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만 복잡했다.

 

내 번호를 부른다. 전날 상담을 해 준 직원이다.


상황을 설명했다. 말이 안 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상사에게 물어봐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제품을 샀다는 것이 이유다. 제품의 결합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말이다.


"엔드 유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나의 무식을 이유로 반품을 거부할 것 같은 느낌이다. 메인보드가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게 있고 안 하는 게 있어 그것을 옵션으로 선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나와 있는데 왜 못 봤는지 선택을 한 내 책임이라는 것이다. 기본이 와이파이 지원 가능한 보드를 두고 옵션이 아닌 것으로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 회사나 사람마다 다른 옵션을 쓰는데 내 기준으로 따졌다.


"다음에 같은 것으로 우리 제품을 사시면 구매가 안되거나 반품이 안 될 수 있습니다." 


한 번 더 같은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면 거부하겠다는 것. 이 번만 해주겠다는 것이다. 조립 PC라서 조립비용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란다. 미안하게도.


내가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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