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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Sep 28. 2020

"남의 말은 나 몰라"    

위로가 필요한 시간

조용한 버스 안이 시끄럽다. 두 사람이 버스 뒤쪽에 앉자마자 방금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야기를 꺼냈다. 둘은 거래처에서 방금 진행하고 나온 회의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그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본인 방어하는데만 급급해."

"아, 그래요?"

"상대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하잖아."


상사인 듯한 사람이 같이 회의에 참석한 동료에게 회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상대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하나하나 짚어준다.


우리는 사실 살아가면서 나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상대를 배려하거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 분들이 존중받고 대우를 받는가 하냐고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 회사에 속해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 업무상 제휴를 맺는 기업과 적정한 타협선을 찾아 계약을 맺는다.


잘못된 일의 시작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딴 이야기를 하며 피해 가려고 하지만 결국 사실은 드러난다.


얼마 전, 어떤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서 금전적 대가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보니 우선 샘플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이야기했다. 샘플로 만들어 본 후에 그것이 괜찮으면 본 작업에 들어가고 금액은 그때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내 생각이었다.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다. 1차 안이 나오고, 그것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자 페이를 얼마나 줄 것인지 물었다. 내 생각만 했다. 쉽게 생각했다. 절차가 없었다.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처음에 상대가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왜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을까.


'아차'


사실, 처음 보내온 작업 결과물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처음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 것 때문에 샘플을 보고 난 후, 금액을 확정하고 작업을 의뢰, 수정을 진행하려고 했다.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상황,  금액에 대해서는 사례를 하고 더 추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


'어떻게 말을 정리를 해야 할까.'


정작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뺐다. 나중에 물러날 궁리를 하는데 논리가 없다. 물어볼 것은 정확하게, 듣는 것은 사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평가 사회에 산다. 맛을 평가하고 기업을 평가하고 물건을 평가하고 별점을 남긴다. AS센터 직원은 명함을 쥐어주며 콜센터 전화가 오면 만족도 점수를 잘 달라고 부탁한다. 스마트폰으로 온 설문조사에 만족 점수를 주고 좋은 평가를 남긴다. 혹 불편하게 있거나 미진하게 있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상대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남들 신경 쓰면서 어떻게 사냐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책 잡히는 일없이 살아야 한다.


줌 강의 도중 한 수강생이 마이크가 켜진 채로 진행 중인 강의에 대해서 불만을 토했다. 온라인 강의 중 발생한 돌발상황에 관한 뉴스를 직접 목격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다 들리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거칠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우리는 그렇게 속과 겉이 다르게 살다 뜻하지 않게 속마음을 들킨다. 먼저 불편함을 제거하는 게 니중에 꼬이는 것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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